“거리 두기 완화는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패…국민에 ‘오미크론 별거 아니네’ 인식 심어”

2022.02.20 21:29 입력 2022.02.20 23:12 수정

일상회복 자문위원 사임…이재갑 교수, 정부·여당에 쓴소리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오미크론, 감기 수준 아냐
돌파감염 환자도 며칠 앓아

내달 말 위중증 급증 예측
당정이 질병청 계속 묵살
내 반발로 문제 부각되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 두기 완화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오미크론 별것 아닌가 보네’ 같은 신호를 준다”며 “완화는 살짝 하면서 심리적 영향은 더 크게 주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위기가 될수록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듣는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거리 두기 완화에 반발해 지난 16일 전격 사임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요양원은 초토화된 상태”라며 “많이 돌아가시니 중환자실이 남아도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그는 “질병관리청·보건복지부 의견(거리 두기 완화 신중론)이 당정에 의해 계속 묵살당하니, 제가 이렇게 반발해 노이즈라도 만들면 이게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분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병원 상황은 어떤가.

“우리 병원만 해도 직원이 1800명 정도 되는데 하루에 10명 정도씩 확진되고 있다. 특히 외과 교수 직군의 경우 (확진돼) 못 나오게 되면 수술이 안 된다. 내과 레지던트 8명 중에도 4명이 확진돼서 일주일 동안 근무를 하지 못했다. 레지던트들이 없으니까 입원 환자도 충분히 돌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중환자실 가동률은 양호하지 않나.

“오늘(18일) 위중증 환자가 400명이 넘었는데 황당한 건 사망자가 7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가 많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감염됐다 하면 거의 다 돌아가신다. 많이 죽어서 중환자실이 남아도는 거다. 지난해 11~12월 델타 유행 때는 40~50대가 많이 감염돼 치료를 오래 받으니까 누적 위중증 환자가 많아졌다. 지금은 주로 70~80대 요양병원 환자들이 집단감염돼 웬만하면 돌아가시니까 병실 회전율이 빨라 별로 안 차는 것 같지만, 사실 요양병원·요양원은 거의 초토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 위중증 환자 정점은 언제, 얼마라고 예측하나.

“확진자가 20만~30만명 정도 되면 위중증 환자는 1500~3000명, 많게는 4000명까지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위중증 환자는 3월 말에 엄청나게 늘어날 거라고 본다. ”

- 이런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완화한 건 어떻게 보나.

“방역이라는 게 심리가 중요한데, 정부가 거리 두기 완화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진짜 오미크론 별것 아닌가 보네’ 같은 신호를 준 거라 문제라고 본다. 막상 거리 두기 완화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라서, 살짝 했는데 심리적 영향을 더 크게 주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다.”

-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을 그만둔 이유도 거리 두기 완화에 반발하는 차원이었나.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의견이 당정에 계속 묵살당하니까 적어도 제가 반발해서 이렇게 ‘노이즈’라도 만들면 이게 문제라는 건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부에 강하게 반발한 게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분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

- 최근 고위험군 중심으로 검사·치료체계를 전환한 건 어떻게 평가하나.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병은 독감이 아닌데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까 독감처럼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거다. 문제는 정부가 커뮤니케이션의 기조를 바꿔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정부가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사인을 국민한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율격리인데도 일반 확진자를 ‘일반관리군’이라고 명명해버리니까, 국민들한테 ‘관리군인데 왜 아무것도 안 해줘?’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거다.”

-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증상이 경미해 일부에선 독감 같다고도 하는데.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걸렸던 사람한테도 감기 수준은 아니다. 돌파감염돼 걸린 분들도 정말 며칠 꼬박 앓는다. 일반인한테도 독감 수준은 아니고 고령층, 미접종자한테는 독감의 2~5배 정도 파괴력이 있다.”

- 2년 넘게 방역 전문가로 활동해오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위기가 될수록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듣는다. 일상회복지원위도 만들라는 얘기를 전문가들이 (지난해) 5월부터 했는데 10월에 간신히 만들고 오미크론 대비하면서 유명무실 자문기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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