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17일 무기한 집단 휴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의료계 전면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휴진 참여율이 의료대란을 가르는 실질적 지표인데, 병원들이 ‘올스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 내부에서 집단휴진 불참 선언도 잇따른다. 정부가 집계한 휴진 신고율도 4% 수준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서울대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소속 교수들의 휴진 참여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진료를 보는 전체 교수의 54.7%에 해당하는 529명의 교수들이 오는 17~22일 외래 진료를 휴진·축소하거나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을 연기했다. 이중 수술장을 둔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률도 33.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현재까지 비대위가 접수한 모든 지원 요청 건에 대한 예약 변경과 환자 알림 절차를 완료했다”고 했다.

18일은 의협이 의료계 전면 휴진을 예고한 날이다. 앞서 의협 총파업 투표 결과 90.6%가 의협의 투쟁을 지지했고, 73.5%는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울산의대, 가톨릭의대, 성균관의대 등 여러 의대 비대위도 18일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대학병원들과 동네병원 등 의료기관 곳곳이 문을 닫으면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기준 상황을 종합하면, 진료가 완전히 멈추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 응급실과 중환자실, 신장투석실, 분만 진료 등은 유지한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며 “신장투석실도 열고 분만도 당연히 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병원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사유로 휴진을 신청하는 건 결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뇌증지원병원협의체를 비롯해 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 필수의료 분야 단체들은 의협의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협을 지지하고,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겠다면서도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진료는 이어가기로 했다.

동네 병원 휴진 참여율도 의협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18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13일 기준 총 1463곳으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3만6371곳)의 4.02%다. 13일 이후 추가로 휴진을 신고한 의원들과 미리 신고하지 않고 휴진에 참여하는 의원들을 고려해도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첫날 참여율(32.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의·정 갈등이 빠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는 주요 대학병원이 늘면서 의료공백 우려는 한동안 계속 나올 듯하다. 연세대 의대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충북대 의대도 무기한 휴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의대도 전날 무기한 휴진 논의를 시작했다. 울산의대와 가톨릭의대도 추후 무기한 휴진 등 추가 행동을 논의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