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상 부쉈다”목사 발언 진상규명 목소리 높아

2000.07.27 15:09

단군상을 훼손했다고 스스로 밝힌 한 목사가 문화관광부 장관과 검찰총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도움으로 불구속 입건됐다고 주장해 그 진위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와 한기총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 네티즌 사이에서 실체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 시민이 지난 16일 영천시기독교연합회에서 개최한 ‘단군상 철거 영천지역 총궐기대회’를 촬영한 비디오 테입를 한문화운동연합에 제보, TV에 공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최흥호목사는 지난 12월 23일 영주남산초등학교에서 단군상을 파괴하다 현장에서 검거됐으나 불구속 기소로 사건당일 풀려났다.

비디오테잎에 녹화된 궐기대회에서 최목사는 “한기총의 류재하 목사님이 문광부 박지원 장관에게 전화해서, 박지원 장관과 류재하 목사님이 친구입니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당신 정신이 있나 없냐. 성탄절을 앞두고 목사를 가두고 뭐하냐’고 전화를 했습니다. 문광부 장관이 검찰청장에게 전화해서 지금 안동 상황을 아느냐 해서 비상이 걸려서 검찰 총장이 안동에 전화하고 해서 무조건 불구속 입건으로 석방되어 나왔습니다”라고 밝혔다. (단군상 철거 영천지역 총궐기 대회 녹화 비디오 녹취문 요약참조)

그는 또 “검찰청의 검사라는 사람들이 고약한 사람입니다. 제 담당이 3호 검사인데, 3호 검사가 하는 말이 ‘왜 낮에 부수셔서 문제를 일으킵니까. 밤에 하세요.’ 밤에 부수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 입으로 ‘밤에 가서 부수세요’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비디오테잎의 내용이 TV보도 등을 통해 공개, 확산되면서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와 인터넷경향신문 칸(Khan.co.kr) 독자투고 등에는 항의성 투고가 빗발쳤다.

서은배씨는 청와대 자유게시판에서 “우리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할 우리의 국조 단군을 파괴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박지원 장관이 우리나라 문화를 담당하는 장관이라는 사실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선임씨는 “범죄자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수많은 신도 앞에서 하고 그 장면이 녹화돼 많은 사람이 보게 된 이상 덮어둘 수는 없다”며 “최목사가 언급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이라는 네티즌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 문화관광부 장관이 단군을 종교적 편견으로 훼손한 자를 비호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공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독교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박광무 종무2과장은 “조사중이며 현재까지 최목사의 발언은 전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진상을 파악해 엄정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군상 건립반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에 항의공문을 보내 해명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단군상 건립반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김인천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류재하목사와 박지원장관은 사건당일 통화를 한 적도 없고 친구도 아니다”라며 관련을 부인했다.

김목사는 “역사적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단군상이 공공장소에 세워지는 것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모든 활동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건을 담당한 대구지검 안동지청 이진영검사 사무실 근무자는 26일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비디오 테잎을 홈페이지에 처음 공개한 한문화운동연합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관광부와 검찰의 공식적인 해명과 관련자 전원 구속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한기총 홈페이지(www.cck.or.kr) 벼룩시장코너에 한때 ‘단군상의 목을 팝니다’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경향닷컴/김미희 기자 mhk@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