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통역병 “전장 스트레스 극심…다산부대 근무 괴로웠다”

2007.03.01 09:14

“제가 근무할 당시에도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왔지만 한국군에는 전혀 통보가 안 됐어요.”

강성주씨(24·연세대 4년)는 28일 고 윤장호 병장의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자신의 아프가니스탄 근무 6개월간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2년 전 이맘때 강씨는 아프간 다산부대에서 윤병장과 같은 통역병으로 근무했다. 강씨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이국땅에서 서로를 미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우리 파병군의 현실이었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선임간부가 아프간 인부에게 총을 겨누고 ‘카불에 가서 진품 보석을 사오지 않으면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하라고 제게 통역을 시켰어요. 겁에 질린 현지인에게 통역을 하면서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파병된 한국군 부대가 안전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1월에는 상급장교가 하급장교를 총으로 쏴죽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한달이 멀다하고 기지 안에서 강간 사건이 벌어져 부대 분위기가 말할 수 없이 험악했다”면서 “극도의 전장 스트레스를 겪으며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2003년 사고 이후에는 한국군은 근무중이 아니면 실탄 장전을 금지하는 내부규정까지 만들어야 했다고 그는 전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평화재건 활동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그는 “제가 근무하던 당시 다산부대가 한 일이라고는 미군 비행기를 위해 아스팔트를 깔아주고 미군이 쓸 가구를 만들거나 창고를 짓는 등의 일이 고작이었고 당시 대민활동은 전무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지낸 6개월이 떠올리기 싫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는 강씨는 “누가 파병을 했고 무엇이 잘못됐고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병사들을 그곳에서 철수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