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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북치고, 국정원 장구치고… ‘노무현 망신주기’ 안간힘

2015.02.26 06:00 입력 2015.02.26 06:10 수정

지지율 바닥 MB정부 도덕성 흠집 여론전… ‘촛불’ 국면 전환 노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 관련자들의 증언대로라면 국가정보원의 ‘공작’은 철저하게 ‘노무현 망신주기’에 맞춰져 있었다. 취임 직후 ‘촛불 집회’ 등으로 타격을 받은 이명박 정부가 위기국면 돌파용으로 전임 대통령에게 흠집을 내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09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전에 대검에 직원을 보내 국정원 견해를 전달했다. 이 직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되 시계 얘기는 흘리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규 중수부장은 이를 거절했지만, 국정원이 대검 수사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 급속도로 퍼졌다.

국정원 ‘지침’은 전직 대통령 불구속으로 여론 역풍은 최소화하면서도 그에 대한 비난은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회갑선물은 노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혐의의 본질이 아닌데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전 중수부장이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은 국정원 작품”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국정원이 상징적이고도 쉬운 단어를 붙여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네이밍(이름 붙이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논두렁’ 얘기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누리꾼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논두렁에 가서 명품 시계를 찾아보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지금까지도 ‘논두렁’은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각인돼 있다.

시계에 관한 혐의사실 유포도 국정원 측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으로는 수사기법상 시계 얘기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소환 직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집중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사건 본질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망신을 주겠다는 비열한 짓”이라고 반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이 같은 여론전을 시도한 것은 2008~2009년 정부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 수사’가 이뤄진 2009년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로, 촛불집회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정권의 위기’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던 시점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서자 국정원의 공작이 더해진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전 부장 등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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