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현정 서울시향 인권유린 의혹은 허위"... 정명훈 부인은 '기소중지' 의견

2016.03.03 12:24 입력 2016.03.03 16:01 수정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경찰 수사 결과 서울시향 직원들에 대한 상시적 폭언, 성희롱, 성추행, 인사 전횡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서 벗어났다.

직원 17명이 ‘호소문’을 발표하며 제기한 의혹으로 졸지에 ‘피의자’가 됐던 박 전 대표는 경찰 수사 결과 근거가 불분명한 명예훼손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 전 대표가 회식자리에서 남직원을 성추행하고 내규를 변경해 인사전횡을 했다는 등 내용이 담긴 e메일을 작성·유포하는데 가담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입건된 백모씨(40)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오는 4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은 또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이자 미국 국적자인 구모씨(68)를 애초 서울시향 직원들과 같은 혐의로 입건했으나 조사에 불응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함께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씨는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향 사태’는 2014년 12월2일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대표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직원들은 서울시향 이사, 서울시의원, 언론사 기자 등에게 e메일로 보낸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에서 박 전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 음반 팔면 좋겠다” 등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의 MOU(업무협약) 체결을 축하하는 회식자리에서 “남자직원의 넥타이를 잡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손으로 주요 부위를 접촉할 듯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내규를 마음대로 바꾸는 등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사태는 반전됐다. 지난해 8월 박 전 대표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등이 담긴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서울시향 직원들을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하면서 이들은 ‘고소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또 경찰은 정명훈 당시 예술감독의 부인 구씨도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하면서 일각에선 ‘배후설’도 제기됐다.

서울시향 사태일지

서울시향 사태일지

경찰은 결국 박 전 대표에 대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전반적으로 개별 의혹에 대해 서울시향 직원 및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심지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목격자가 돼달라”고 청탁한 정황도 포착돼 이들의 의혹에 신빙성이 부족다고 밝혔다.

일단 경찰은 2013년 9월 예술의전당 관계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의 성추행 의혹을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당시 회식 참석자 가운데 일부 서울시향 직원 이외 예술의전당 직원 등 나머지 참석자들에게선 성추행으로 볼만한 상황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회식이 화기애애하게 끝났다는 일관된 진술을 받았다. 또 당시 회식 상황이나 식당의 구조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향 직원들과 식당 종업원의 진술이 상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은 박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거나, 지인의 제자를 무기계약직에 채용하고 다른 지인의 자녀를 자원봉사자로 채용하고도 보수를 지급했다는 등 ‘인사 전횡 의혹’에 대해서도 허위로 봤다.

해당 승진 직원은 당시 인사위원회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인의 제자 채용의 경우, 인사담당자의 과실로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고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당 자원봉사자는 직원들의 주장과 달리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 역시 경찰 수사 결과 허위로 결론이 났다.

성희롱 발언 및 폭언을 들었다는 직원들끼리도 일시·장소에 대한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이들에게서 피해 사실을 전해들었다는 직원들도 동료의 말을 그대로 믿고 호소문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소문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다른 직원들에게선 오히려 박 전 대표의 그런 언사를 본 적이 없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진술에서 일시나 장소가 상당히 다르다”며 “적어도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려면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직원의 경우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 목격자를 섭외하려고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경찰은 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정명훈 전 감독의 부인 구씨와의 관련성에 대해선 명확히 결론짓지 못했다. 미국 국적자이자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구씨가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출석요구서 등 4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구씨가 입국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조사할 방안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구씨와 서울시향 직원들이 투서를 보내기 두 달 전인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600여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사실상 구씨가 호소문 작성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향 직원들이 그들의 주장대로 박 전 대표의 인권유린과 전횡에 힘들어서 구씨에게 하소연했다고 보기엔 이들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박 전 대표의 퇴진과 정명훈 전 감독의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 및 재계약 등 문제들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호소문의 내용 중 폭언, 성희롱, 성추행, 인사전횡 등 핵심적인 부분들이 모두 허위로 결론났기 때문에 호소문 전체를 허위라고 볼 수 있다”며 “이 호소문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표로 낙인이 찍혔는데 그 호소문 자체가 왜곡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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