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끊은 김 검사 “부장 술시중에 때리기까지…슬프다, 사는 게”

2016.07.01 00:08 입력 2016.07.01 00:36 수정

친구에 문자로 괴로움 토로…“죽고 싶다” 보내기도

지난 5월19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가 생전에 지인들에게 상사 김모 부장검사(48)의 폭언과 압박을 털어놨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검사는 친구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난다” “어금니가 빠졌다”고 토로해왔다.

김 검사는 지난 3월31일 오후 11시39분쯤 지인들에게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검사가 부른다. 여의도까지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뛰어가는 중”이라며 “15분 지나니 딱 전화가 온다. 도착해보니 부장이 많이 취해 자택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늦은 밤까지 상사의 술시중을 들었다는 정황이다. 그는 또한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면서 “부장을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우동 먹고 있다. 슬프다, 사는 게”라고 전했다.

그는 앞서 지난 3월10일과 14일에도 “술시중 드는데, 자살하고 싶다”고 했고, 이에 친구들은 “죽지마”라고 위로했다. 김 검사는 지난 2월28일에는 “욕을 먹어도 웃으며 버텼는데, (부장이) 술 마시면서 나한테 ‘당당하다’고 한다. 이거 욕이지?”라고 했다.

김 검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호소했다. 그는 지난 4월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많이 나 이불에 다 묻었다”고 메시지를 보냈으며, 한 달 뒤에는 “금을 씌웠던 어금니가 빠졌다”고 했다. 김 검사는 “매달마다 시험 치는 것 같다” “매일 징징거리게 되네” “99랑 100이랑 천지 차이라고 한다”는 말로 부담감을 표현했다. 그는 또한 “맨날 실적을 취합해서 일일보고를 만들고, 매주 화요일마다 주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중순에 월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말에 4대악 실적보고를 만든다”며 “각 실적 취합 시점도 달라서 만들 때마다 계산해야 한다”고 끝이 없는 업무에 힘들어했다.

그는 급기야 “죽고 싶다” “너무 울적해서 유서 한 번 작성해 봤다” “살려줘” 등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결국 유서에 “일이 너무 많다. 쉬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점점 더 힘들어질까.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 너무 힘들다.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돌아가고 싶다” 등의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김 검사의 유족은 청와대와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 김모씨는 경향신문에 “우리 가족과 지인들은 담당 부장검사가 아들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해에 즐거운 마음으로 잘 근무하던 아들이 2년차 접어든 지 겨우 3개월 만에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부지검은 김 검사의 죽음에 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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