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대사관 직원 사칭해 돈 뜯어낸 사기단…'태양의 후예' 단역배우도 가담

2016.09.01 15:52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대사관 직원을 사칭해 수천만원을 가로챈 외국인 사기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의자 중에는 지난 4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도 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0대 노인에게 코트디부아르 대사관 직원을 사칭해 유산 반입비용 명목으로 6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나이지리아인 E씨(34)와 카메룬인 M씨(30)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올 4월 난민신청 자격으로 입국했다. 그는 자신을 코트디부아르 대사관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막대한 유산을 가진 상속자가 한국인 후견인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E씨는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린다 아모루쉬라는 스위스인이 있다. 남편이 일찍이 부동산업, 호텔경영 등으로 큰 돈을 벌었는데 10여년 전 사망했다. 그녀 또한 췌장암에 걸렸다. 19살난 외동아들 데이비드가 ‘한국은 신학교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인 중에서 데이비드를 잘 보살펴 주고 유산을 잘 관리해 줄 후견인을 찾고 있다”고 글을 썼다.

해당 글을 읽은 김모씨(74)는 E씨에게 e메일을 보냈다. E씨는 김씨에게 “코트디부아르에 보관 중인 미화 367만불(약 40억원)을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하려면 운반비와 관리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제 송금으로 6700만원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M씨는 이 돈을 인출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E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들어왔으니 한 번 만나자”고 말했다. 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커피숍에서 김씨를 만나 “어렵게 유산을 국내로 들여 왔으니 추가 비용으로 미화 7000달러를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E씨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지난 7월 경찰에 신고했다.

E씨와 M씨는 이태원에서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과 어울리다 알게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M씨는 국내 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마담 앙트완’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들 주거지에서 범행에 사용된 체크카드 뿐만 아니라 미화 위조 지폐와 이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용지, 컬러프린트를 발견했다. 아프리카 국제 사기단이 주로 사용하는 ‘블랙머니(특수약품을 바르면 흑지가 달러로 바뀌는 돈)’ 제조용 흑지 등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E씨는 해외에 있는 추가 공범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급히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주고 받은 이메일 IP주소 접속지역이 인도 등 외국이었고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의 국제전화 착신 지역 역시 대만, 싱가포르로 확인됐다”며 “서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사기 조직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피의자 주거지에서 압수한 물품. 서울경찰청 국죄범죄수사대 제공

피의자 주거지에서 압수한 물품. 서울경찰청 국죄범죄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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