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의 아픔 잘 알기에 천리길 걷습니다”

2011.07.01 21:32

쌍용차 해고자 등 10여명 평택서 부산까지

한진중 ‘2차 희망버스’ 맞춰 9일 도착 예정

1일 낮 12시30분 충남 천안시 성환읍 1번 국도. 장마가 머물다가 잠시 떠난 아스팔트는 뙤약볕에 달아올랐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10여명이 그 위를 바쁘게 걷고 있었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까지 더해지자 땀이 비오듯 떨어졌다. 오전 8시30분 평택 쌍용차 공장을 출발한 행렬은 4시간을 걸어 이곳까지 왔다. 거리로는 20여㎞.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천리길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경기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부산시까지 걸어서 가는 여정. 그것도 9일 만에 가야 한다. 그래야 9일 부산에 도착하는 ‘185대의 희망버스’와 만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의 노동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평택에서 부산까지 천리길 행군에 나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일 1번국도를 따라 걷고 있다. |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한진중공업의 노동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평택에서 부산까지 천리길 행군에 나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일 1번국도를 따라 걷고 있다. |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맨 앞에서 걷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조실장은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렇게 걷는다”면서 “이 여정은 ‘희망의 폭풍질주! 소금꽃 찾아 천리길’이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소금꽃은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이날까지 177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자신의 책(소금꽃나무)에서 묘사한 ‘노동자 등 뒤에 번진 땀 얼룩자국’을 일컫는다.

이창근 실장은 “트위터상에 벌써 글이 100여건 올라올 정도로 호응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 ‘마음속 깊이 응원합니다’ ‘부상 조심하세요’ ‘정말 감동입니다’ 등의 격려글이 빼곡히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원상연씨(39)는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사태는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면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한진 노동자들을 위해 동참했다”고 말했다. 원씨는 “소금꽃 여정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2, 3차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해고자가 아닌 사람도 여러 명 참여했다. 월간 ‘작은책’ 편집인인 안건모씨(54)는 “책에 노동계 소식을 자주 실으면서 한진중공업 사람들을 알게 됐다”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걷고 있다”고 말했다.

천리길 일정은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400㎞가 넘는 길을 하루 10시간씩 걷거나 뛰면서 단 9일 만에 도착하는 강행군. 자신은 물론 폭염과 장마와도 싸워야 한다.

식사는 도로변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거나 김밥 등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있다. 메고 있는 배낭 속에는 양말 몇 켤레와 생수가 전부다. 잠은 역 광장이나 휴게소 등에서 텐트를 치고 잘 계획이다.

첫날엔 충남 천안까지 걷고 또 걸었다. 2일차에는 청원군, 3일차에 옥천 도착, 4일차에 추풍령을 넘는다. 5일차에 경북 칠곡을 거쳐 6일차에 대구, 7일차에 청도, 8일차에 김해, 그리고 마지막 9일째에 부산역에 도착할 계획이다. 구간마다 부분 참가자들이 합류하면 대열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

장정을 끝낸 후 이들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2차 희망버스 추진단’이 부산역에서 여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돕기 연대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185대도 오는 9일 부산에 온다.

남정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원팀장은 “이번 소금꽃 천리길은 과연 7000여명이 참여하는 희망버스 185대가 가능할까 라는 의문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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