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1년’… 정당성 없는 정리해고 제동 걸었지만, 여전히 변한 것 없다

2012.06.06 21:31

한진중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 1년’

전국 곳곳의 희망버스 행렬이 부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진중공업의 불법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외롭게 투쟁을 벌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했다. 35m 높이의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보여준 김 위원의 사투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경찰의 물대포 세례에도 불구하고 희망버스는 5차까지 이어졌다. 정치권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세웠다. 여야 의원 모두 한목소리로 조 회장을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한진중공업 노사는 ‘1년 이내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11일로 희망버스가 첫 시동을 건 지 1년을 맞는다.

하지만 한진중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노사 합의는 이뤄졌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사무직 직원 100여명은 회사를 떠났다. 신규 일감을 구하지 못해 회사 측이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일이 없어 휴업 중이다.

한진중공업의 불법 정리해고에 맞서 부산 영도조선소 대형 크레인 위에서 투쟁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희망버스가 오는 11일 첫 시동을 건 지 1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 전국에서 희망버스 195대에 나눠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1만여명이 역 광장에 모여 문화제를 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진중공업의 불법 정리해고에 맞서 부산 영도조선소 대형 크레인 위에서 투쟁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희망버스가 오는 11일 첫 시동을 건 지 1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 전국에서 희망버스 195대에 나눠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1만여명이 역 광장에 모여 문화제를 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상당수가 일감 없어 휴업
구조조정 소문 돌아 흉흉
별개노조, 노노 갈등까지

지난 2월 한진중의 지주회사인 한진중홀딩스는 이사회에서 주당 2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최대 주주인 조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3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경영정상화에 대한 조 회장의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회사는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돈잔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도 사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 지회장은 “회사가 구체적인 정상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수주물량이 없어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위기감만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선박 수주 단가가 바닥 모르고 떨어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군함과 같은 특수선의 단가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하락해 물량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측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퇴직자 자녀들에게 대학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생계비 지원을 약속받은 복직대기자 12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기도 했다. 사측은 계속 지원을 미루다가 노조가 고발하자 마지못해 지원금을 내줬다.

지난 1월에는 기존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와 별개로 한진중공업 노조가 설립됐다. ‘새 노조는 어용노조’라는 말이 돌았다. 노노갈등으로 이어졌다. 새 노조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투쟁보다는 사측과 대화로 조합원의 실익을 추구하고 휴업사태를 조기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1년 넘게 지속된 조업 중단에 경제적 압박을 느낀 조합원들은 기존 노조에서 이탈했다. 조합원 705명 중 200명가량이 특수선에서 일하고 나머지 400여명은 휴업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새 노조로 옮기는 사람이 늘었다. 지난 5월 말 기준 조합원 705명 가운데 80%인 568명이 새 노조에 가입했다. 사측은 기존 노조와는 형식적 교섭만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말이면 새 노조가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직대기자나 휴업근로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측은 복직대기자에게 20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지난해 10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는 분할 지원하고 있다. 연간 6000만~7000만원의 급여를 받아온 복직대기자들은 자녀 학비를 대지 못해 임시직을 전전하고 있다.

ㄱ씨는 “2009년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때 조합원들은 ‘올 것이 왔다’고 했다. 2003년 김주익 열사의 투쟁으로 백기를 든 회사가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세운 뒤 노조와 노동자에게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김진숙 위원의 투쟁에 항복한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또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들고 복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업근로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회사가 지급하는 월 120만~150만원의 지원비로는 생계를 꾸리기가 여의치 않다. 이들 중 대부분은 울산과 경남의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8만~10만원씩의 일당을 받고 임시직으로 일한다. 근무기한도 길어야 보름에서 한 달가량이다.

한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ㄴ씨는 “한진중공업 직원이기 때문에 이중취업이 되는 만큼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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