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마음 편히, 맘껏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2013.06.14 06:00 입력 2013.06.14 10:04 수정
금재호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엄마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아마도 엄마일 것이다. 엄마, 어머니라는 말은 한국인에게 가장 감성적인 말이다. 1970년대의 어머니상은 TV 연속극 <여로>에 잘 나타나 있다.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였다.

이러한 어머니상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변화하였다. 최근의 어머니상은 가족을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의 인생도 중요하고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아니다(no)’라고 할 수 있고 스스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어머니상의 변화는 그 동안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어 왔음을 반영함과 동시에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우리가 계속 추구하여야 할 가치임을 보여준다.

향후 인구감소에 따라 인력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이에 여성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져 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니 인구감소가 없더라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기업과 나라가 성장할 수 없다.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길러낸 여성 고학력자들을 묵혀두고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제적 교류가 가족안전망의 과거였다면 가족안전망의 현재는 남편과 부인이 동시에 일하는 것이다. 남편이 실직하면 부인이 생계를 책임지고 반대로 부인이 실직하면 남편이 생계를 담당하는 모습이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엄마’가 마음 편히, 맘껏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여성고용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여겨진다. 여성고용의 양과 질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성상위시대라는 환상 속에 우리는 여성고용의 진정한 모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여성이 고시나 각종 시험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민간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며, 여성의 직장생활을 돕기 위한 제도도 미흡하다. 아직도 남성중심의 직장문화가 지배적이고 기업의 많은 경영자들은 여성인력을 기업의 핵심자산이라기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향신료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선 여성고용에 대한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체계적인 홍보를 통해 여성고용의 실상과 여성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한 번 제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여성고용정책의 독립성 강화이다. 현재 여성을 위한 고용정책의 상당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고용정책 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에 따라 정책수립 및 집행에서 여성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세 번째로 기업의 입장에서 여성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이 왜 여성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여성고용정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네 번째로 보육서비스 지원에 있어 일하는 여성이 우대받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은 일하는 여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좋은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여성고용의 핵심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 일자리가 저임금의 비정규직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보육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고용을 증가시키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일자리 질의 개선 없이 일자리의 양적 성장도 어렵다. 특히 20대부터 생애경력직의 좋은 일자리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충하여야 한다. 적극적인 고용개선조치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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