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을 부르는 맥도날드 '45초 햄버거' 폐지해야"

2016.02.29 15:21 입력 2016.02.29 19:34 수정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에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45초 이내 햄버거 만들기’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알바노조는 29일 서울 광화문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임 조주연 대표이사에게 단체교섭 10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10대 요구안에는 화상을 부르는 45초 햄버거 폐지, 죽음을 부르는 17분 30초 배달제 폐지, 고무줄 스케줄 폐지, 매출 대비 인건비 통제 폐지, 머리망·구두·유니폼 세탁비용 지급, 산재 예방을 위한 장갑·토시 지급, 하루 20분 준비시간 임금 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알바노조는 10대 요구안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 45초 이내 햄버거 만들기 폐지를 꼽았다. “45초 이내에 햄버거를 만들라는 본사의 정책과 매니저의 압박으로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9월까지 1년가량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이가현씨(23)는 “치킨을 튀기는 그물 모양이 그대로 팔뚝에 흉터로 남았다”며 “햄버거를 45초에 만들라고요? 손도 30초 이상 씻는다”고 말했다. 현직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ㄱ씨는 “‘초 관리해’라는 말을 듣고 조급해져 기름에 손을 데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하다 치킨을 튀기는 그물 모양이 그대로 팔뚝에 흉터로 남은 이가현씨. 알바노조 제공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하다 치킨을 튀기는 그물 모양이 그대로 팔뚝에 흉터로 남은 이가현씨. 알바노조 제공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씨와 ㄱ씨의 발언 전문이다. ㄱ씨의 발언은 보복 해고 등을 우려해 알바노조 우람 정책팀장이 대독했다.

■ ㄱ씨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크루입니다. 저는 그릴과 라이더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는 일하다가 울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입니다. 매장은 주로 주말에 장사가 잘되는데 러너(메뉴를 챙겨주는 사람) 음료와 버거를 챙기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뜨거운 기름이 가득 담겨있는 곳 옆으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갓 기름에서 나온 감자를 담다가 손이 데였음에도 참고 일해야 했습니다.

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던 이유는 바로 맥도날드의 서비스타임 때문입니다. 1분 20초 안에 주문부터 계산 메뉴 서비스까지 해내야 합니다. 시간이 오버되면 화면에는 빨간불이 들어옵니다. 매니저가 ‘초 관리하면서 해’라는 말을 했을 때에는 마음도 조급해지고, 사고도 많이 납니다. 이제 기름에 손을 데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버거를 45초 안에 만들어야 서비스 타임을 간신히 맞출 수 있는데 그릴 담당(햄버거 만드는 사람)은 많으면 2명이고, 적으면 1명입니다. 버거를 만드는 그릴 담당이나 버거를 챙겨주는 러너나 쉴 틈이 없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고 한 몸 바쳐 위험하게 일을 해야 가까스로 맥도날드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주문을 받고, 버거를 만들고, 버거를 챙겨주는 알바 노동자들은 이익의 일등공신입니다. 하지만 그 이익은 오로지 맥도날드를 위해서만 존재합니다. 알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알바 노동자들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제나 우리는 최악의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피밀과 행복의 나라 메뉴를 팔고, 만들고, 챙겨주는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단체교섭이 필요합니다. 맥도날드 크루도 노동자고, 인간으로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처(고객이 직접 패티와 빵, 치즈 등 재료를 골라 주문하면 직원이 즉석요리해주는 맥도날드의 수제버거)를 도입한 조주연씨가 사장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과연 시그니처를 파는 노동자들의 심정이 어떠할기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노동자 없이 맥도날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이가현씨 발언 전문

저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다가 2014년 9월 해고당한, 알바노조 조합원 이가현입니다. 45초 햄버거. 저도 현직 알바 노동자 ㄱ씨의 이야기처럼, 신임 조주연 대표에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조 엘린저 대표에서 조주연 대표로 바뀐다는 소식을 접하고, 특히나 마케팅 담당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봤습니다. 시그니처 확대의 주역이더라고요.

시그니처 버거. 말은 좋습니다.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그런데 그 안에 알바 노동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저 일 할 때도 햄버거 만드는 공간이 좁았습니다.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려면, 햄버거 만들다가도 패티 다 구워졌다, 치킨 다 튀겨졌다, 하면 뛰어갑니다. 뛰어가서 건지고 옮기고, 다시 돌아와 햄버거 만들다보면, 미끄러 넘어질까, 어디 부딪힐까, 그리고 화상 입을까봐 걱정입니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습니다. 부저소리와 함께 메뉴가 그릴에 있는 전광판에 뜹니다. 그리고 3~5초 안에 그 햄버거에 해당하는 빵을 찾아 빵 굽는 기계에 넣어야 합니다. 무슨 반사신경 테스트 합니까? 그리고 햄버거를 최대 45초 이내에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공간에 이제 시그니처까지 확대됩니다. 산재, 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45초 햄버거 제작 방침이 없어지지 않는 한, 맥도날드에는 혁신이 없을 겁니다. 피켓 사진에도 있는데요, 당시 일하다가 다친 사진입니다. 치킨 패티를 건지는 망에 닿아서 저렇게 됐습니다. 정신 없었습니다. 패티 다 됐다는 부저들은 이쪽 저쪽 사방에서 계속 울리지, 햄버거 만들어야 할 건 벌써 저만큼 쌓여있지, 매니저는 빨리 패티 건지고 담고 돌아와서 햄버거 만들라고 재촉하지. 다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45초. 양치를 할 수도 없는 시간입니다.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손씻는 것도 30초 이상 씻으라 합니다. 그런데 고작 45초에 햄버거를 만들라고 합니다. 심지어 속도가 안 날 때는, 이게, 매장 평가가 되고, 매니저 평가가 되니까, 햄버거 주문 다 나갔다고 임의로 누른 다음에 우리 보고 얼른 빨리 만들라고 합니다. 체계적인, 손님을 위한 시스템이 다 이런 겁니다.

그래서 조주연 신임 대표의 자질, 관점, 생각, 의문입니다. 사측의 무리한 노동 강도 높이기에 대해 알바노조가 단체교섭을 나서 알바 노동자도 좀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사측에 대한 견제, 단체교섭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에 단체교섭을 계속 요구할 겁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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