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병원 미화원 “월 2만7000원 더 받아 삶이 나아지겠나”

2020.07.14 17:29 입력 2020.07.14 22:23 수정
최민지·이창윤·윤기은 기자

비정규직·알바 노동자 반응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이들은 한국공항공사도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이들은 한국공항공사도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10년차 우편 분류 업무 50대 “말도 안 되는 수준” 분통
20대 알바생 “코로나로 위기인데 올라서 다행” 반응도

2021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30원 오른 8720원으로 14일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1.5%)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폭 결정 소식이 알려진 이날 노동자 7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최저시급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이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 청년들은 “아쉽지만 이해는 된다”고 응답하는 등 세대에 따른 온도차도 느껴졌다.

■ “한 달 2만7000원 오르더라”

서울의 한 우편집중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이중원씨(55)는 이번 인상폭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0년차 경력자이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 그는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이 우리에게는 급여를 결정하는 교섭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근접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었다”고 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는 야간조 근무여서 야간수당까지 해서 1.5배 임금을 적용받지만 자녀 3명을 키우는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기준 5인 가구 법정 최저생계비는 약 337만원이다. 이씨가 낮과 밤을 바꿔 일해서 받는 월급은 여기에 못 미친다. 출근일이 들쭉날쭉해 일정치 않지만 적을 때는 270만~280만원, 많을 때는 300만원 정도를 번다. 아내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림을 꾸릴 수 없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정부가 고시한 최저생계비에 근접하게 되지만 이번 결정에 그런 고민은 없는 것 같다. 형식적인, 면피의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미화업무를 하고 있는 강신배씨(61)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6년째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는 현행보다 460원 오른 9000원의 최저임금을 기대했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몰랐다. 설상가상 캐나다에서 직장을 다니던 30대 딸이 지난 4월 코로나19로 귀국, 재취업 준비를 하게 되면서 챙겨야 할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힘든 것은 압니다. 그렇지만 130원은 너무 적어요. 계산해보니 (인상액이) 한 달에 2만7000원이더라고요. 내심 기대했는데.”

■ “그나마 올랐다니 다행”

가족의 생계가 자신에게 달려있지 않거나 젊은층일수록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3개월째 스터디룸에서 카운터를 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폭인 ‘130원’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것 다 알지 않느냐”며 “조금이라도 올라서 안심하고 있다. 확 올랐다면 오히려 잘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이 딱 좋다”고 말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휴학생 ㄱ씨(25)도 “최근 몇년 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크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ㄱ씨가 일하는 카페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있지만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상황이 많이 안 좋다. 우리 카페는 아르바이트생을 절반으로 줄였고, 나도 원래 일하던 시간보다 절반 정도로 줄어 가장 바쁜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만 일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날 만난 노동자들은 최근 몇개월간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아온 탓인지 ‘그나마 올랐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하나 동결을 예상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중은행에서 청원경찰로 4년째 근무 중인 ㄴ씨(57)는 “(최저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말했다. 세금을 제하고 17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는 그는 “코로나19로 영업이익이 떨어지면서 문을 닫는 은행 지점들이 많다. 은행 직원들은 다른 지점으로 가면 되지만 나처럼 용역인 사람들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퇴출”이라며 “9000원까지 올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들 ‘죽겠다’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 ‘1만원’ 공약 무산엔 의견 엇갈려

사실상 실현이 어려워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중원씨는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걸어 놓고 못 지키고 있는 것이 참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취준생 김모씨는 “오르면 좋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분담하는 것에는 다 동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지수씨(23)도 “1만원은 이상적인, 비현실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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