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이탈’ 민주노총 “노동자들에 죄송”…투쟁 동력·전술도 없이 협상 외면 지적

2020.07.14 21:06 입력 2020.07.14 22:22 수정

2% 이하 인상 예견된 최저임금위 협상 안팎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집단 퇴장을 선언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집단 퇴장을 선언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1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에서 2021년 최저임금이 1.5%(130원)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되자 “너무 실망스럽다”며 “45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 도중 퇴장한 이후 내년도 최저임금이 의결될 때까지 장내로 돌아가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퇴장 직전 마지막까지 주장한 안은 ‘시급 1만원’이었다.

“1만원” 요구한 민주노총
6차 회의 도중 협상장 떠나
노동계 수적 열세 상황에서
한국노총도 막판 집단 퇴장

전날 8차 회의에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0.35~6.1%의 ‘심의 촉진 구간’을 설정했지만, 민주노총은 복귀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삭감안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심의 촉진 구간이 설정되면 구간 안에서 노·사·공익위원이 각각의 안을 내 표결에 부친다. 9명씩인 노·사·공익위원 중 14명 이상이 참석해 다수표를 얻은 안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된다. 구간이 설정된 순간 사용자의 삭감안이 나올 여지가 사라졌음에도, 민주노총은 불참을 고수했다.

이후 노동계는 수적 열세에 몰렸다. 회의장에 남아 6.1% 인상안을 고수하던 한국노총은 2.0% 인상안까지 물러서려 했으나 ‘2%를 넘으면 경영계를 설득할 수 없다’는 공익위원의 제지에 결국 회의장을 이탈했다. 표결에 들어가도 사용자·공익위원들에게 밀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의 의중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구조상 민주노총이 참석했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수 있다. 민주노총도 이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심의를 완주하고도 2.9% 인상안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내부 비판에 직면했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4명이 경질됐다. 올해 민주노총은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역대 최저 인상률 의결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주력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저임금 노동자의 타격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심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노동계 인사는 “단위 사업장의 임금협상이었다면 1%라도 올리기 위해 끈질기게 교섭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심의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시급에 포함시켜 1만원대 인상을 이끌어내자는 청년유니온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청년유니온은 “노동계는 어떠한 전략 변화도 없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고수했다”며 “코로나19 속에서 투쟁동력도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전술도 없이,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한 협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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