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 408만명 사실상 급여 삭감”

2020.07.14 21:00 입력 2020.07.15 08:39 수정

문 정부 초 연이은 두 자릿수 인상 반발·코로나19 영향

소득주도성장 일관성 잃어…연평균 인상률 7.7% 평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관한 건의도 정리해 정부에 제출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

2018년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다음해 최저임금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의결하고 이같이 설명했다. 당시는 2017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여파로 고용이 악화되고 영세소상공인 경영난이 가중됐다는 후폭풍 논란이 일던 때였다. 연이은 두 자릿수 인상률이 가시화되자 표결에는 사용자위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지속돼야 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보완책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년 후인 지난 14일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위원들의 전원 퇴장 속에 올해보다 130원(1.5%) 인상된 872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의결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2.7%)보다 낮은 1.5% 인상으로 역대 최저 인상률 기록을 경신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속하고 그에 따른 보완책으로 부작용을 흡수하겠다는 ‘사람중심경제’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부 기조는 분명한 종언을 고하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 의결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특수한 경우라고 보기만도 어렵다. 이미 지난해부터 전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는 ‘일본 수출규제’ 등을 이유로 2.9% 인상된 8590원을 2020년 최저임금으로 정했다. 역대 4번째로 저조한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인상률이 16.4%에서 1.5%까지 널을 뛰면서 문 정부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7%로 수렴됐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격한 반발에 부딪혔던 것에 비하면 평이한 수준이다.

실제 매년 7~8%씩 꾸준히 최저임금을 인상했던 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은 7.4%로 문재인 정부에 비해 불과 0.3%포인트 낮다. 1998년 외환위기 때 2.7%로 종전 최저 인상률 기록을 가지고 있던 김대중 정부도 연평균 인상률은 9.0%에 달했고, 노무현 정부 역시 10.6%로 문재인 정부보다 높았다.

‘인상률 널뛰기’의 피해는 408만명에 달하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받게 됐다.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노동자들이 기본급 이외의 항목으로 받아온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단계적으로 기본급에 포함시키도록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당시 242만명으로 추계) 중 88%는 산입범위 확대의 여파로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 실질 인상효과가 1%씩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 10%가 인상돼도 실질 인상효과는 2.2%에 불과하다. 1.5%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실상 동결 내지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연구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1%, 물가상승분 전망치가 0.4%, 나머지 1%가 산입범위 조정분이기에 사실상 인상이 안 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옥죄기’는 가뜩이나 코로나19 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는 앞서 “최저임금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실직기간 동안 손실된 소득을 보전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독일은 지난달 말 향후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11.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년차까지 2.7% 인상되고, 이후 인상률이 가팔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마이너스 7.8%로 한국(-1.2%)보다 암울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소득과 지출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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