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된 최저임금…‘소주성’ 문 정부의 역설

2020.07.14 20:55 입력 2020.07.14 22:25 수정

내년 최저시급 8720원

후순위 된 최저임금…‘소주성’ 문 정부의 역설

130원 올라…인상률 1.5 % 최저치
널뛰기 인상으로 불확실성만 키워
코로나 명분 ‘수년간 고착화’ 예상
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불가능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결정됐다. 마이너스 5.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최저임금이 2.7% 인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내년도 최저시급이 올해보다 130원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인상률이 아닌 금액으로 놓고 봐도,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110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액수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주휴수당 포함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으로 올해보다 2만7170원 인상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명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저임금 노동자 소득 상승은 후일 과제로 미루고 당장의 일자리 사수를 우선으로 판단한 결과다.

가계 임금과 소득을 늘림으로써 소비를 확대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인 것은 역설적이다. 대선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지난해 공식 파기한 데 이어 ‘임기 내 1만원’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가 그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힌 것과도 다소 상충된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일부 영향을 미치더라도 일자리 안정자금, 신용카드 수수료 및 임대료 인하 등으로 보완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첫해 16.4%라는 높은 인상률에서 내년도 역대 최저 인상률까지 최저임금의 ‘널뛰기 인상’으로, 문 정부 들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 ‘을 대 을’ 갈등이 심화됐다. 하지만 실제 임기 동안의 연평균 인상률은 7.7%로 앞선 박근혜 정부(7.4%)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2018년 사용자 측 요구를 받아들여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삭감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내년 이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저임금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가 아니라 경제 불확실성과 일자리 사수가 최저임금 결정의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라 한다면,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최소 수년간 낮게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노동자가 지금도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란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고통이 집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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