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환경미화원 ‘파업’…“하루 9시간 주 6일…급여는 업체마다 달라”

2020.08.27 15:33 입력 2020.08.27 21:23 수정

“구청, 용역업체 사업비 삭감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몫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하라”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 노동자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27일 강남구청 앞에 서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 노동자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27일 강남구청 앞에 서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강남구에서 13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현혁환씨(58)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업무 구역이 바뀌었다. 12년 동안 일하며 동네 구석구석 훤히 꿰고 있는 역삼동 인근을 떠나 삼성동, 청담동을 맡게 됐다. 강남구에서 당시 용역 입찰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현씨는 낯선 지역의 업무를 익히느라 하루에 12~14시간씩 일을 했다.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주 6일 근무에 하루 9시간 넘게 일하는 날이 잦다.

인원이 부족한 탓에 현씨는 연차를 내기도 어렵다. 용역업체별로 임금이 달라 다른 구역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동료에 비해 월급도 40만원 가까이 적다. 현씨는 “(강남구에서) 구역을 조정하면서 적정 인원을 지키지 않고, 근속수당도 인정되지 않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구청과 용역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밀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환경미화원들이 적정 인력과 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환경관리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27일 강남구청 앞에서 “강남구 환경미화원들은 주 6일 근무, 상시적 연장·야간근로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딜 수 없어 30일 경고 파업을 시작으로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서울시 자치구 재정자립도 1위를 자랑하는 강남구임에도 용역위탁계약으로 인해 서울시 평균 생활임금 수준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연장근로 등이 상시적으로 이뤄지지만 포괄임금제 틀 속에서 부산시, 성남시, 강동구 등의 같은 직종 임금 대비 70% 수준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2020~2022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 용역 입찰을 진행하면서 입찰 사업비를 적정 수준에 못 미치게 설정했다. 당시 관리구역이 8개에서 7개로 변했으며, 기존 업체의 구역이 재편되는 동시에 신규 업체가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환경미화원들은 일하던 구역이 바뀌거나 소속이 변경되며 임금·업무량에 변동이 생겼다. 이들은 “강남구가 표면적 예산 절감 실적에만 매몰돼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결국 피해는 오롯이 강남구청 환경미화원들 몫이 됐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강남구청이 공개입찰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책임지고, 용역업체와 논의해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공개입찰계약을 통해 절감한 예산을 강남구 환경미화원의 노동환경과 지역구 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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