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업체 21살 노동자, 백혈병 걸려…“삼성도 책임져야”

2024.04.17 13:11 입력 2024.04.17 16:29 수정

반올림 등 49개 단체, 삼성사옥서 기자회견

수현씨 대리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삼성전자 “협력사 작업환경 측정치, 문제없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 49개 단체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삼성전자 하청노동자 백혈병 발병과 관련해 삼성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 49개 단체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삼성전자 하청노동자 백혈병 발병과 관련해 삼성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엄마, 바라고 바라던 20살 성인이 되면서 친구들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놀러 다닐 때인데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 남들처럼 군대도 가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었는데 희망이 없어졌어.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매일 울었고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노동자 수현씨(21·가명)의 어머니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대학생현장실습대응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9개 단체는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묻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현씨는 특성화고 3학년 때인 2021년 10월 경북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케이엠텍’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추천 현장실습생으로 3개월간 일했고, 2022년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 소속으로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일을 이어갔다.

수현씨가 한 업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일이었다. 납땜이 돼 넘어온 휴대폰 기판 위에 플라스틱 부품을 수작업으로 하루 2000개씩 조립했다. 반올림은 “부품 조립 전 기판 위에 묻은 먼지나 이물질 제거를 위해 에어건(공기총)을 매번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과일 향과 기름 냄새가 났다”며 “조립 후에는 휴대폰 뒷면을 고온으로 압착하는데 갤럭시 S21, S22, S23 기종은 방수폰이라 고온에서 접착제가 녹아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배기와 환기가 안 돼 작업현장 공기 질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골수이식 수술 이후 수현씨 몸 상태. 반올림 제공

골수이식 수술 이후 수현씨 몸 상태. 반올림 제공

수현씨는 일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6개월간 7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9일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케이엠텍은 수현씨가 무급휴직을 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1월 근로관계를 종료했고 치료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영진전문대는 수현씨가 2년간의 일학습병행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게 되자 자퇴처리를 했다. 수현씨 어머니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골무 하나만 낀 상태로 하루에 부품 수천개를 반복 조립하다 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는데 회사 관계자들은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올림 등 49개 단체는 케이엠텍의 원청인 삼성전자가 하청 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노동인권, 안전보건 등에 대한 행동규범을 마련해 모든 협력사에 이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케이엠텍은 행동규범을 준수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제라도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행동규범대로 케이엠텍 대응을 조사하고 백혈병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현씨 대리인인 반올림은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안전보건 관련) 협력사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면서도 “케이엠텍의 작업환경은 전문기관이 매년 측정해 노동부에 제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해당 환자가 근무한 조립공정은 작업환경 측정 대상 물질(화학물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상 작업환경 측정 대상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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