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이리 복잡해” 투표 혼란

2006.06.01 01:00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1일 전국의 투표소에서는 복잡해진 투표방식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유권자들이 속출했다. 또 투표장소를 안내하는 약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불편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복잡하다 복잡해”=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기표한 용지는 6장. 광역 및 기초단체별로 3장씩 두번에 걸쳐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도 복잡했다. 이 때문에 투표소에서는 투표방식을 몰라 선거도우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기표소를 나오는 유권자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렵다”를 연발했다. 실수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 1~4가 제2투표구 투표소를 찾은 이모씨(87·여)는 서울시장과 시의원, 비례후보 선출을 위한 용지 3장을 받아 놓고 1장만 투표함에 넣었다. 이씨는 “지지정당에만 투표하는 줄 알고 하나만 찍었다”며 “너무 복잡해 실수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 양진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장모씨(75)는 6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4장만 사용했다. 김씨는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용지에 후보자 이름이 없어 기표하지 않았다”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주권행사도 제대로 못하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관악구의 투표소 선거사무원 백모씨(47·여)는 “왜 이렇게 용지를 많이 주느냐고 묻는 노년층이 많았다”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지만 쉽게 이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두 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잘못 이해, 후보자 2명을 찍는 실수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 유치원에서 투표를 마친 조모씨(50·주부)는 “지지정당 구의원 2명을 모두 찍었다”고 이웃주민에게 이야기하다 투표를 잘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주가 필요 없는 ‘만년기표봉’이 첫 도입됐지만 이를 모르고 인주를 찾는 유권자도 상당했다.

이번 선거에서 첫 주권을 행사한 여대생 전모씨(23)는 “안내책자를 꼼꼼히 읽어봤더니 ‘1장에 1명씩 찍으라’고 하면 될 것을 주의사항만 잔뜩 적어 놓아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고 꼬집었다.

◇“투표소가 대체 어디야”=투표소를 안내하는 지도의 상당수가 엉터리로 표기돼 있어 유권자들의 짜증을 자아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줄을 이었다.

‘고미화’라는 네티즌은 “집에 배달된 안내문 약도가 잘못 그려져 두세 시간을 헤맸다”고 말했다. 네티즌 ‘서울 쌍문2동’은 “지도를 보면 골프연습장에서 투표를 하는 것처럼 돼 있어 갔더니 다른 사람들도 다 황당해 하며 투표소를 찾고 있었다”고 전했다. ‘광주시 시민’은 “투표하러 해남까지 가서 약도대로 ‘해남 YMCA 1층’에 갔지만 그곳에는 ‘통계청’이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현철·이호준·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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