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밭 습격사건’ 범인은 70대 노인

2007.08.01 18:11

최근 경남 함안군의 한 수박밭에서 수박 수천통이 난도질되고 제초제까지 뿌려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은 두달에 걸친 과학수사로 범인을 붙잡았다.

지난 4월8일 주민 김모씨(40)는 자신의 수박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출하를 앞둔 수박 1100여통이 모두 반으로 쪼개진 채 쑥대밭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시 수박을 심고 속상한 마음을 추슬렀다. 하지만 피해가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난 5월21일, 다시 심은 수박 1200여통에 제초제가 뿌려져 모두 말라죽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은 특정 수박밭에 연거푸 두차례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김씨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먹다 남은 수박껍질이 발견됐다. 경찰은 수박껍질을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로 판단하고 DNA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결과 용의자는 남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이를 단서로 2개월간 이 마을 남성 60여명의 DNA를 모두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끝에 같은 마을에 사는 이모씨(72)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고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인건비 200여만원을 김씨 부부로부터 독촉받는 과정에서 모욕감을 받은 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3년 전부터 김씨에게 자신의 논을 트랙터로 갈고 모내기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주기로 했으나 아직 일부를 치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버려진 수박껍질은 이씨가 첫 범행 당시 낫으로 수박을 깨면서 목이 말라 먹다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돈 문제로 김씨 부인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김씨에게 큰 피해를 준 것을 후회하며 특히 마을주민 모두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남 함안 경찰서는 1일 이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재물손괴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함안|권기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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