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화제’ 류행식씨 가족

2007.09.02 18:33

어머니는 살아돌아온 ‘내새끼’를 부둥켜 안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얼굴엔 연방 눈물이 흘렀다. 사선을 넘나들며 공포의 나날을 보냈던 피랍자들은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마음껏 울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김윤영씨(오른쪽)가 2일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에서 남편 류행식씨와 아이들을 만난 뒤 활짝 웃고 있다. <안양/김영민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김윤영씨(오른쪽)가 2일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에서 남편 류행식씨와 아이들을 만난 뒤 활짝 웃고 있다. <안양/김영민기자>

2일 오전 8시10분 19명의 피랍자 가운데 최연장자인 유경식씨(55)가 가족 상봉장인 경기 안양시 샘안양병원 샘누리홀에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자 기립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나머지 18명이 차례로 들어와 2~3명씩 각자의 이름표가 적힌 테이블에 둘러앉아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면서 상봉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지영씨의 어머니 남상순씨(65)는 “왜 이렇게 말랐냐. 어디 아프냐”면서 한동안 통곡을 했다. 이씨는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엄마 나 괜찮아. 엄마 그동안 몸이 많이 아팠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냐”며 남씨를 안심시켰다.

서명화, 서경석씨 남매 아버지 서정배씨(57)는 “잃었던 두 자식을 오늘 비로소 돌려받았다”며 “자식들을 안고 나니 이제 (살아돌아온 것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이영경씨의 어머니 김은주씨(52)는 “(영경이가)충격이 심해 말을 잘 못했다”면서 “어서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석방된 김지나·김경자씨도 상봉장에 나왔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석방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영씨를 보자마자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씨(45)는 다른 가족들이 불편해 할까봐 상봉장에 들어가지 않고 먼발치에서 지켜만 봐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병원측은 곧바로 피랍자 19명에 대한 진료에 들어갔다. 장기간 억류상태에서 우려되는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대한 정밀 검진과 치료가 진행된다. 입원 기간은 최소 1~2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샘안양병원 차승균 병원장은 “아프간 풍토병 위험에 따른 감염 검사, 개인적인 질병에 대한 검사를 각각 받게 된다”며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정신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5개과 20여명의 의료진과 간호사 15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피랍자들은 4일 먼저 귀국한 김지나·김경자씨의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8일에는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들은 이후 단체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일들을 자세히 밝힐 계획이다.

앞서 피랍자들은 이날 오전 6시39분쯤 대한항공 KE952편으로 고국땅을 밟았다.

피랍자들을 대표해 귀국소감을 밝힌 유경식씨는 “(국민) 여러분의 신중하고 목숨건 구출작전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유씨는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그간 일을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함께 오지 못한 고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 형제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유씨가 말문을 연 순간 계란이 1개 날아들어 유씨 왼쪽에 떨어졌지만 큰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안양|최인진·두바이|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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