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밝힌 촛불 “강경진압 규탄”

3500여명 서울역 광장서 추모집회
사제단 “설이후 시국미사 개최 검토”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도심 촛불집회가 열렸다.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이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속에 촛불을 들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김문석기자>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이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속에 촛불을 들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김문석기자>

철거민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참사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오후 7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제1차 범국민추모대회’를 열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철거민 잘못’이라는 검찰 수사결과를 규탄했다. 이들은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을 상대로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며 동참을 호소했다.

추모 집회에는 3500여명(경찰 추산 170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철거민을 구속한 검찰수사본부는 해체하라” “살인적인 재개발정책을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유가족들도 참여했다. 행방을 감춘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55)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경 49개 중대 4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일부는 집회가 끝난 뒤 도심으로 옮겨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석기와 원세훈을 구속하라” “살인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과 밤 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충돌했다.

앞서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참사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과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 있음에도 검찰은 철거민 5명을 구속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철련과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계 참여도 이어졌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와 원불교 측은 참사 현장에서 2차례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조계종 불교위원회 진관 스님은 “역대 정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경찰특공대의 출동으로 엄동설한에 아름다운 생명들이 죽었다”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기독교대책위는 순천향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대표신부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배후나 폭력을 이야기하기 전에 상식을 벗어난 공권력 남용이 문제”라며 “정부의 처리 과정을 지켜본 뒤 설 이후 시국미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성만 대책위 대변인은 “범국민추모대회를 통해 용산 참사의 진실과 그 뒤에 가려진 건설자본, 주택문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선전물을 제작해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설 연휴 이후 대정부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24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31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2차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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