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개정법, 난개발·분쟁 부채질 우려

2009.01.23 17:07 입력 2009.01.23 17:08 수정

여야 합의로… 주민들 동시다발 개발 요구·줄소송 가능성도

용산 철거민 참사를 계기로 무분별한 도심재생사업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가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도정법)’의 일부 조항이 오히려 난개발과 조합-주민 간 분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정비’ 개정법, 난개발·분쟁 부채질 우려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국토해양위원회가 제안한 도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개정법률안은 이달 중으로 관보를 통해 공포되며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정비계획의 수립 및 정비구역의 지정’을 규정하고 있는 4조 3항에 토지 등 소유자가 기초단체장인 시장·군수에게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주민들이 그동안 민원 수준 차원에서 시·군에 요청했던 개발계획 수립이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정비계획을 직접 제안할 수 있고, 이를 시·군이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이의제기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전국 곳곳에서 주민 입안이 난무할 경우 난개발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지난 2004년 조례제정을 통해 주민발의에 의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허용하자, 주민들이 앞다퉈 구청장·시장 등에게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요구, 결국 도시계획을 무시한 정비구역이 너무 많이 지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정작 재개발사업 등은 늦어지면서 예정지를 중심으로 땅값만 크게 올라 투자바람이 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도 최근 뉴타운 및 재개발사업 관련 개선책을 내놓으면서 ‘예정구역 위주의 기본계획 폐지’를 대책으로 제안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김남근 변호사는 “도시계획에 근거하고 노후도 등을 고려해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민원이나 정치인들의 압력에 의해 정비사업지구가 결정되는 근거가 마련되게 됐다”며 “재개발 등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개정 도정법은 또 ‘시공자의 선정’을 정하고 있는 11조는 1항의 단서조항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은 조합정관에 따라 건설업자나 등록사업자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일부 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다.

시민단체에선 시공사가 일찍부터 사업에 개입하면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려해 중대형 위주로 개발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편의시설을 축소·폐지할 수도 있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정비사업 예정지 주민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돼, 조합이나 시공사 의지가 반영된 정비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정 도정법은 이 밖에도 ‘토지소유자의 동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17조에는 ‘인감증명서를 한 번 제출하면 동의·반대 등의 의사표시 때 다시 첨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함’으로써 사업추진 시간을 단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감 위조 등에 따른 분쟁 가능성이 커짐은 물론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장치가 크게 위축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눔과 미래 이주원 국장은 “그동안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조합정관변경시 등 주요 사안마다 인감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해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조합 집행부의 인감 위조 등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번 법개정으로 갈등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도농3구역의 경우 일부 주민들이 조합 측이 인감 위조를 했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며 경기 의정부 용현지구에선 소송으로 비화돼 법원이 인감 위조를 이유로 주택조합설립 및 인가 취소 판결(2004.7.1)을 하는 등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부산지역 주거단체와 뉴타운·재개발지역 주민 1014명은 지난해 8월 ‘개정안에 대한 국민 의견’ 형식으로 국회에 ‘주민총회 등의 정보공개 조항 신설’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시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 선정’ ‘주민제안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 반대’ 의견을 제안했으나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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