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사라지니…평화행진 ‘길’ 열렸다

2015.12.06 22:53 입력 2015.12.07 13:52 수정

경찰 집회 보장·시민사회 중재

2차 민중총궐기 충돌 없이 끝나

“국정화 등 이슈 멀어져” 지적도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적으로 치러진 것은 주최 측의 평화시위 노력,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은 경찰의 대처,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중재,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토록 한 법원의 판단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짜놓은 ‘폭력시위냐, 평화시위냐’ 하는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관심이 집회의 ‘행태’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정작 이날 집회의 ‘내용’인 노동 관련법 개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가 피해 등에 대해선 제대로 주의가 환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 이상이 모였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b>시위대도 경찰도 시민도 ‘제 길’로</b> 지난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5만여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서울광장에서 서울대병원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 관련 입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연합뉴스

시위대도 경찰도 시민도 ‘제 길’로 지난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5만여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서울광장에서 서울대병원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 관련 입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연합뉴스

경찰은 225개 중대 2만여명의 경찰력과 물대포(살수차), 차벽 트럭 등을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일 현장에선 서울지방경찰청의 지휘차 외에 다른 진압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현장 경찰관들도 시커먼 기동복이 아닌 하얀 근무복을 입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사전 집회를 한 뒤 종로 거리를 지나 서울대병원까지 구호를 외치며 3시간가량 행진했는데,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인도 안쪽 2개 차선을 확보했다.

시위대는 초록색 바람개비를 들고 평화시위를 벌였다. 서울광장~서울대병원 행진도 내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이 집회 관리를 공격적으로 하지 않아 충돌이 없었다”며 “경찰이 차벽을 안 치니 시위가 평화로워졌다. 집회·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화시위에는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중재 노력도 작용했다. 경찰은 집회 자체를 불허했지만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은 평화시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종교계 인사들은 이날 경찰이 차벽을 치면 시위대와의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그 앞에 꽃을 놓는 퍼포먼스 등을 펼칠 예정이었다.

법원이 “집회 금지는 다른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 수단”이라며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처분의 집행을 정지시키지 않았다면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불가능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명분을 잃었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치러졌지만 노동 관련법 개정 문제 등 당초 집회를 개최한 목적과 이유는 그대로 남았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 충돌 여부보다 참가자들이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위의 수단에만 주목하면 시위에서 문제 삼는 대상인 대통령, 정부, 자본 등이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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