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평화 집회’

“오늘은 꽃을 들었습니다…대통령님, 이젠 들으실래요”

2015.12.06 22:44 입력 2015.12.07 10:04 수정

1차 때와 달리 과잉진압 않자 폭력시위·무력충돌 없어

경찰 2만여명·살수차 18대 투입…시민들 줄지어 행진

차벽과 물대포(살수차) 대신 꽃과 복면이 등장했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선 1차 때와 같은 과잉진압이나 폭력시위, 무력충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살인진압 공안탄압 규탄·노동개악 저지 2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는 주최 측이 평화시위를 하려고 노력하고 경찰도 불필요하게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평화적으로 치러졌다. 시위대와 경찰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서울 도심에서도 평화적인 대규모 집회·시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b>복면 쓴 예술인들 </b>지난 5일 예술인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면을 쓴 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복면금지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br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복면 쓴 예술인들 지난 5일 예술인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면을 쓴 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복면금지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2차 집회 때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폭력적인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단 하루도 유지할 수 없는 이 정권의 위기를 감추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복면을 하지 말라’ 하면 가면을 쓰고, 협박을 하면 조롱을 하면서 때로는 꽃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시위대는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초록색 바람개비나 꽃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초록 바람개비를 들고 집회에 참여한 이화여대 학생 박모씨(23)는 “평화적인 집회와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대학생들이 바람개비를 준비해 들고 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오후 7시30분부터 진행된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촛불문화제’에서 카네이션 1만송이를 나눠주기도 했다.

다양한 가면들도 눈에 띄었다. 흰색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한 ㄱ씨(25·여)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시위대 복면을 IS(이슬람국가)에 비교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며 “지난달 14일 집회에도 참석했지만 차벽으로 막고 폭력시위를 조장한 건 경찰이었다. 국민의 요구사항은 듣지 않고 범죄자 취급하는 게 국민을 바라보는 이 정부의 태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양쪽 귀를 열어라” </b>지난 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살수차)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관련 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만명 이상이 참가했지만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양쪽 귀를 열어라” 지난 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살수차)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관련 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만명 이상이 참가했지만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경찰은 “평화집회를 열겠다”는 주최 측의 발표에도 “불법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력 225개 중대 2만여명과 물대포 18대를 투입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오후 4시40분쯤부터 백남기씨가 입원해 있는 혜화동 서울대병원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행진로에 차벽 대신 폴리스라인만 설치하고 2개 차로를 열어 행진을 보장했다. 참여 인원이 많아 참가자들이 한때 2개 차선을 넘어서면서 종로5가 광장시장 앞에서 행진이 잠시 중지되고 경찰이 경고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오후 7시30분쯤부터 서울대병원 후문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촛불문화제’를 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백씨의 막내딸 민주화씨는 단상에 올라 “저 멀리까지 계신 분들을 보니 ‘희망’이란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여러분의 목소리와 마음을 듣고 일어나실 것만 같다”며 울먹였다.

이날 본집회에 앞서 청소년·청년·종교인들은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렸다. 중·고교생 300여명은 낮 12시부터 종각역 인근에서 피켓 등을 들고 ‘청소년 민중총궐기’를 열었다. 피켓에는 “한쪽 귀가 아닌 양쪽 귀를 열어주세요”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국청년연대 등 4개 청년·대학생 단체 소속 100여명은 오후 1시30분부터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복면금지법’에 반발하는 의미로 ‘복면시위왕’ 퍼포먼스를 열었다. 종교인 400여명은 서울광장 인근 파이낸스빌딩에서 손에 꽃을 들고 평화적 집회를 위한 기도회 ‘평화의 꽃길’을 개최했다. 당초 종교인들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 앞에 꽃을 놓는 퍼포먼스 등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1차 집회 때와 달리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지 않아 ‘평화집회 기원 걷기 명상’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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