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신 학생이 된 유민아빠 “여전히 난 죄인”

2016.01.10 22:19 입력 2016.01.10 22:31 수정

방학식 참석한 김영오씨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48)가 10일 오후 4시16분 경기 안산 단원고의 ‘명예 3학년 10반’(2학년 10반) 교실에 나타났다. 김씨는 이날 ‘세월호 304 잊지 않을게’ ‘리멤버 0416’ 등 시민모임이 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을 위한 ‘겨울방학식’에 유민양을 대신해 참석했다. 김씨는 유민이 명찰을 달고 유민이가 공부했던 자리에 ‘학생’으로 앉았다.

김영오씨가 10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서 열린 ‘겨울방학식’에서 생전 딸 유민양이 공부했던 자리에 앉아 유민양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영득 기자

김영오씨가 10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서 열린 ‘겨울방학식’에서 생전 딸 유민양이 공부했던 자리에 앉아 유민양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영득 기자

이날 ‘일일교사’로 나선 구병일씨(35·안산지역 교사)가 “김유민”이라고 이름을 부르자 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김씨는 희생된 학생들 자리에 앉은 22명의 시민들 앞에서 “즐거운 졸업식을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사회가 원망스럽다”며 “하지만 생존 학생들은 축하해줘야 한다. 트라우마로 크게 아파하는 아이들을 위로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고립되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하는 애들을 많이 축하해주고 슬퍼하지 말라”며 “우리도 7월에 세월호가 인양되면 기쁘게 졸업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세월호 청문회에서 증거자료를 많이 제출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며 “우린 국가가 진실을 인정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자리로 돌아온 김씨는 한동안 책상에 놓인 딸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김씨는 방학식을 마친 후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유민이가 공부했던 자리라 더 보고 싶다. 유민이한테 죄인이 된 듯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참사 발생 2년이 다 돼 가지만 해결된 게 하나도 없어 유민이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김씨는 울먹였다. “초기에는 안산분향소에 자주 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못 들어가겠더군요. 죄인이 된 느낌입니다. 이렇게 나약한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살아생전에도 해준 게 없고, 죽고 나서도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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