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희망 꽃피운 ‘고사리손 오케스트라’

2016.05.01 22:15 입력 2016.05.01 22:17 수정

전교생 52명이 단원… 장수군 번암초 ‘윈드 연주단’

번암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학교 음악실에서 김수현 지도교사와 함께 연주곡을 연습하고 있다.

번암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학교 음악실에서 김수현 지도교사와 함께 연주곡을 연습하고 있다.

산골 오지에 위치한 전북 장수군 번암면 번암초등학교 ‘번암 윈드오케스트라단’은 1학년을 제외한 전교생 52명으로 구성돼 있다. 4년 전 교육부 공모에서 선정되면서 꾸려졌다. 비싼 악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아이들이 창단 1년 만에 ‘번암면민의 날’ 행사에 초청돼 연주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까지 윈드오케스트라가 외부행사에 초청된 것만 35회에 이른다. 2014년부터 연속으로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 초등부 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호남예술제 관악합주 금상과 관악앙상블 금상도 거머쥐었다.

정부 공모사업이 초기에 반짝하다 금세 시들해지는 것과 달리 윈드오케스트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했다. 그 배경에는 헌신적인 지도교사와 지자체, 동문, 기업 등 지역공동체들이 있었다. 장수군은 ‘전북의 별 육성사업’으로 아이들을 지원했고, 향토기업인 안셀코리아(주)도 메세나운동을 통해 뒷심이 돼 줬다. 재경향우회는 올해 1월 세종문화회관에 후배들을 초청해 감동적인 연주회를 열어줬다.

1일 임하은 악장(6학년)은 “처음엔 생소한 악기를 다룬다는 게 겁이 났지만 이를 악물고 연습해 어지간한 연주는 다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친구들과 지역의 각종 행사에 초청돼 재능기부를 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번암면 분위기도 확 바꿔 놓았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문화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산골 소규모 학교가 아이들 키우기는 더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폐교 위기도 넘겼다. 한때 500여명이 다녔던 번암초등학교는 4년 전만 해도 학생수가 40명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올 현재 학생수는 58명으로 늘어났다.

학부모 김주영씨(56)는 “어린아이들이 면민의 날이나 축제행사장에 나타나 음악을 연주해 주면서 산간오지 주민들에게 큰 희망과 위안을 주고 있다”며 ““공동화, 고령화돼 가는 농촌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있는 재주꾼들”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힘든 연습을 거쳐야 하지만 재능기부를 할 때 또 다른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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