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세븐일레븐 FC의 ‘눈물’

2016.06.11 00:00 입력 2016.06.11 00:01 수정

“실적 올려라”…경고장에 화상회의 공개망신까지

‘상기 FC는 3~4월 매출 실적이 타 FC에 비해 매우 저조하여 이를 엄중히 경고합니다.’

[영업사원의 비애] ② 세븐일레븐 FC의 ‘눈물’

롯데그룹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FC(Field Consultant)로 일하는 일부 영업사원들은 지난 5월 초 사측에서 경고장(사진)을 받았다. 우편 배달을 통해 집에서 경고장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경고장에는 실적이 낮으니 분발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영업총괄부문장(상무)의 직인도 있었다. FC 출신 퇴사자인 ㄱ씨는 “경고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들이 다들 어리둥절해했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는 FC를 ‘점포의 매출을 올려 이익을 증대하고,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ㄱ씨는 “간단히 말해 FC는 각 편의점에 물건을 발주하는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월 200만원대 중반을 받는 정규직이었던 ㄱ씨에게 세븐일레븐 FC 직책은 고단했다. 매일같이 회사로부터 전월·전주 대비 실적을 비교당하며 압박을 받았다.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밤 10시가 넘게 퇴근하면서도 마음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영업사원의 비애] ② 세븐일레븐 FC의 ‘눈물’

ㄱ씨가 가장 부담을 느낀 것은 ‘발주’였다. FC는 대체로 15개 정도의 편의점 점포를 관리한다. 점포마다 물건을 넣는 일, 즉 발주를 FC가 담당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품목별로 할당량을 정해준다. 문제는 그 할당량이 점포에서 요구하는 양보다 항상 많다는 점이다.

ㄱ씨는 “시기마다 중점상품, PB(독자개발)상품, 특판(특별판매) 등 발주 항목이 있다. 예를 들면 점주 입장에서는 삼각김밥이 매일 100개 정도 팔려서 통상 100개를 요청하는데, 유통기한도 짧은 삼각김밥을 150개 넣으라는 식이다. 전년 혹은 전월 대비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카카오톡으로 밤늦게까지 보고를 시키는 등 압박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측도 경고장 발송 사실은 인정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실적 하위 5% FC들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며 “6월에 상반기 (FC) 평가를 하기 전에 자신의 순위를 어느 정도 알고, 일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경고장을 발송했다. FC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나 표현상 미숙한 부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고장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FC 출신 퇴사자인 ㄴ씨는 화상회의에서 실적이 낮은 FC들에게 ‘공개망신’을 주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증언했다. ㄴ씨는 “2주마다 열리는, 전국 FC 500여명이 모두 참여하는 화상회의가 있다. 여기서 임원이 ‘○○지사’ FC 누구누구 일어나라고 한 뒤 실적이 낮다고 면박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고장을 받거나 공개망신을 당하는 대상은 주로 3~4년차 ‘고참급’ FC였다. FC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3~4년차만 돼도 고참급으로 불린다. ㄱ씨는 “고참들이 주로 장사가 안되는 점포를 맡는다”며 “점포마다 상황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회사는 공개망신을 주는 방법으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고참급 FC들에게 어려운 점포를 맡겼을 수는 있다”면서도 “전국 지사에서 FC를 비롯해 상품팀 등 500여명이 참석하는 화상회의에서 실적이 저조한 FC를 일으켜 세운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취재 결과 FC들 사이에서 “예전에는 10분 동안 마이크 잡고 대답하면서 욕먹었다” “(실적) 하위 5명 일으켜 세우기는 자존감 떨어뜨리고 망신 주려는 수작인 것 같다. 일으켜 세우기는 미친 짓 같다”는 증언들이 회사 익명게시판에서 최근까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일레븐 점포를 운영하는 대리점주들도 FC 사정을 잘 안다. 점주 ㄷ씨는 “FC들이 발주 좀 많이 받아달라고 한다. 회사에서 압박을 받았을 때마다 부탁한다”며 “발주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FC들이 ‘제가 그냥 사 갈게요’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FC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물건을 점포에) 못 넣겠다”는 푸념이 자주 나왔다고 한다. 일부 FC는 직접 물건을 구입한 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에 되팔기도 한다.

최근 회사가 경쟁사에 비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FC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매출액은 3조3300억원, 순이익은 440억원이었다. 2014년에 비해 각각 26.7%, 23.1%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경쟁사인 GS25와 CU는 지난해 각각 매출액 4조6000억원·순이익 1900억원과 매출액 4조2600억원·순이익 17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 증가세에서 GS25(70.5%), CU(55.4%)에 비해 세븐일레븐(23.1%)은 뒤처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이직률이 높지 않다. 통상적인 수준인 한 자릿수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쟁 유통사와 비슷한 수치”라며 “‘발주 압박’이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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