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억지춘향’으로 마련하는 서울대 ‘졸업반지’ 전통 논란

2016.06.30 18:05 입력 2016.06.30 18:13 수정

지난 25일 익명 제보 게시판인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졸업반지’ 전통을 비판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보자는 “졸업반지라는 전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4학년 졸업을 앞둔 선배들께 약 10만원가량의 반지를 한 분씩 맞춰드리는 건데 달갑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예외는 없다며 1~3학년들에게 명단과 금액을 언급하고 전통이니 함께 하자고 한다”며 “이런 강요가 어떻게 전통입니까. 무지한 악습이지”라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판은 졸업반지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다른 제보자는 “경제적으로 힘든 내게 (졸업반지 비용 부담은) 거의 갈취라고 느껴진다. 나중에 졸업할 때 너도 받을테니 부담으로 느끼지 마라지만 나는 후배들에게 돈을 부담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졸업반지 전통은 서울대 일부 학과에 실제로 있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현재 졸업반지 비용을 걷고 있다. 간호학과 재학생 ㄱ씨의 설명에 따르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 학년 대표는 최근 카카오톡으로 ‘단톡방’을 만들어 해당 학년 학생들을 초대해 졸업반지 비용을 공지했다. 학생들은 돈을 낸 것이 확인돼야 단톡방을 나갈 수 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단톡방에 남아 계속 독촉을 당한다고 한다.

ㄱ씨는 “매년 6월쯤 1명당 3만원씩 걷어서 졸업식에 쓴다”며 “돈이 얼마나 모여서 어떻게 쓰는지 회계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과 내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과 분위기가 폐쇄적이고 소문이 빨라서 졸업반지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졸업반지 전통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원인으로 ‘큰 돈도 아닌데 괜히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과 ‘그동안 냈던 돈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 등을 꼽는다.

서울대 음대 기악과도 졸업반지를 매년 만든다. 기악과 학생 ㄴ씨는 “매년 2학기 말에 1명당 6만~7만원씩 걷어서 졸업생들의 금반지를 맞춰 준다”며 “말도 안 되는 전통으로 돈을 갈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과 ㄷ씨도 “후배가 돈을 안 낼 수가 없게 선배들이 학년 대표를 통해 압박한다”며 “선배들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감히 후배 주제에 대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생은 졸업반지 전통에 긍정적이다. 지난 27일 서울대 대나무숲에 게시된 글에서 졸업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저는 돈을 낸 게 기분이 나쁘지도, 금반지를 받은 게 미안하지도 않다”며 “금반지를 볼 때마다 학교를 잘 졸업했구나 하고 기분이 좋다”고 졸업반지 전통을 옹호했다. 그는 “후배님들이 미개한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돈을 내지도, 반지를 받지도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전통을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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