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본 30대 엄마 5명 “황당하다”

2016.08.17 22:10 입력 2016.08.17 23:37 수정

정확한 정보 없고 기능만 강조

“생활화학제품 광고에 왜 정확한 정보는 하나도 안 나오죠?”

“세균이나 냄새보다 그 제품에 들어 있는 화학성분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화학제품 유해성을 가리는 최일선에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서 있다. 안전성이 검증된 외국 제품을 직접 알아봐 구매하고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쓰는 방법도 다 엄마들로부터 시작됐다. 세균·냄새에 대한 공포와 여성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광고에 대해서도 ‘엄마들의 반격’은 들끓고 있었다.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팀은 14~16일 자녀를 둔 30대 여성 5명에게 생활화학제품을 다룬 TV광고 9편을 보여준 뒤 반응을 조사했다.

이들은 광고를 보며 “황당하다”는 대답을 쏟아냈다. ㄱ씨(32·충북 청주시)는 “생활화학제품 사용으로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싫다”며 “(세균과 냄새에 대해) 과장된 표정과 CG(컴퓨터그래픽)로 싫다는 걸 보여주는데 현실에서 그렇게 냄새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심하게 냄새가 난다면 생활화학제품으로는 해결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ㄴ씨(33·충북 청주시)는 “구매자들이 화학제품에 대해 무지하다는 전제를 갖고 만든 광고라는 느낌”이라며 “엄마들은 애한테 저런 제품 안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99.9% 항균’이라는 문구에 대해 4명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상생활의 필요는 그닥 반영하지 않고,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여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ㄷ씨(37·서울 강남구)는 “후줄근한 남자가 섬유유연제를 쓴 뒤에 잘생겨지는 장면이 이해가 안 간다”며 “여자인 당신이 챙기지 않으면 남편이나 아이가 후줄근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버스가 급정거해서 서로 안기는 남녀가 냄새 때문에 불쾌한 상황에서 탈취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광고에 대해 ㄹ씨(30·서울 마포구)는 “상황 설정이 너무나 성차별적이고 올드하다”고 했다.

유해성 정보가 광고에 반영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엄마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락스를 물에 타 과일과 채소를 씻어 먹으라고 전문가가 추천하고, 투명한 물컵에 락스를 담아 냄새를 맡으면서 냄새가 안 난다고 강조하는 광고에 대해 ㄷ씨는 “아이가 광고를 보고 락스를 먹기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하게 하는 광고”라며 “차라리 정확한 용량을 알려주는 게 낫다”고 했다. ㅁ씨(30·충북 청주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사람들 인식은 많이 바뀌었는데 광고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는 안전한지 아닌지를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기업이 입증할 수 없으니 광고에 그런 내용을 안 넣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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