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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흥기씨 1억 정부 용역…국책연구원 이름도 도용했다

2016.12.29 06:00 입력 2016.12.29 09:28 수정

KISTI 정택영 박사 “보고서 안 썼는데 내 이름”

1000만원 지원 세미나엔 강연료로 19만원 지급돼

[단독]‘댓글’ 김흥기씨 1억 정부 용역…국책연구원 이름도 도용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호 속에 댓글부대 구축 의혹(경향신문 12월27일자 10면 보도)을 받아온 국정원 출신 김흥기씨(54·사진)가 1억원의 정부 용역을 수행하면서 국책연구원 이름을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택영 박사는 28일 김씨가 제출한 2013년도 정책연구보고서 11명 저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된 데 대해 “보고서를 쓴 적이 없어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를 직접 알지 못하고 아는 교수를 통해 원고청탁을 받은 적은 있다”며 “하지만 국책연구원이 참여하는 용역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돈(190만원)을 돌려줬는데 왜 내 이름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로써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12월 (정 박사를 포함해) 정책연구보고서 집필진 11명에게 정상적으로 원고료를 지원했다”(12월27일)는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예산집행에 어떤 위법부당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서면조사만으로 지난 6월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한 감사원 역시 졸속감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또 2014년 세미나 개최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 하계·동계 2번의 세미나에 4명의 발제자를 초청하면서 턱없이 낮은 강연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KT 박모 팀장은 “동료 부탁으로 김씨가 주최한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간 적이 있는데 19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래부는 김씨가 운영한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실무위원회에 700만원, 자문운영위에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실제 활동 실적은 거의 없었다.

자문운영위원장인 좌승희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은 “미래부 국장이 자문위를 맡아달라고 해서 만난 적 있지만 그 뒤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실무운영위원장인 강도현 미래부 정책총괄과장은 “내가 위원장으로 돼 있었느냐”며 위촉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김씨가 미래부로부터 1억원을 받아 사실상 아무런 감시도 없이 용역비를 멋대로 집행한 것이다.

또 ‘초안’ 형태의 정책보고서에 예산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래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완성본 형태의 2013년 정책백서 역시 김씨가 운영한 포럼에서 사후에 급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는 정책백서에 대해 “(정식 보고서가 아니라) 포럼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감사원이 발간 시점도 없고 용역이 종료된 후 사후에 사적으로 만든 백서를 제출받고도 아무런 의심 없이 감사를 무혐의 종결한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이나 미래부는 “(김씨와의) 용역은 미리 산정된 예정가격을 기초로 입찰하는 총액확정계약으로 사후정산 의무가 없고 정책백서는 적법하게 제출됐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용역을 오랫동안 수행한 한 사립대 교수는 “김씨 배후에 안 전 비서관 등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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