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펜션마을 가보니…주민들 뿔났다

2017.07.27 14:51 입력 2017.07.27 17:41 수정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에 항의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내건 현수막.|이삭 기자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에 항의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내건 현수막.|이삭 기자

12가구 30명이 사는 작은 산골마을이 한 펜션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27일 오전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농촌정서 외면하는 누드펜션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마을로 통하는 외길에도 “누드족 물러가라”, “누드족 진입금지”, “너희집에서 마음껏 벗어라” 등의 항의 글이 스프레이로 써져 있었다.

“어디서 왔슈?” 기자가 마을 뒷산 입구에 있는 펜션 쪽으로 올라가자 주민들이 앞을 막았다. 취재차 왔다는 기자의 말에 주민들의 하소연이 시작됐다. “조용한 마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유. 사람들이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데…. 창피해서 이거 살겠슈?” 주민들이 화가 난 이유는 마을에서 100m 남짓 떨어져 있는 펜션때문이다. 2008년 문을 연 이 펜션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한 누드 동호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에 항의하기 위해 도로위에 스프레이로 쓴 항의글.|이삭 기자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에 항의하기 위해 도로위에 스프레이로 쓴 항의글.|이삭 기자

주민들은 누드 동호회 회원들이 매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이곳을 이용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항의로 2010년 잠시 운영이 중단됐다가 최근 동호회원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잡은 펜션은 149㎡크기에 2층 건물이다. 2층에는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가 있었다. 마당에는 야외풀장과 바비큐 시설이 자리잡았다. 마을 뒷산으로 향하는 산책로도 있다. 펜션 마당을 지나야 뒷산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선씨(65)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이 펜션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 묘소를 돌보거나 나물을 캐기 위해 마을 뒷산을 많이 찾는다”며 “그럴때 마다 펜션 마당을 지나야해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 박운서씨(83)가 마을 꼭대기에 있는 ‘누드펜션’을 가르키고 있다.|이삭 기자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 박운서씨(83)가 마을 꼭대기에 있는 ‘누드펜션’을 가르키고 있다.|이삭 기자

임정자씨(64)는 “마을에 이사 온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 5월 충북 영동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임씨의 집은 펜션과 50m정도 떨어져 있다. 그는 “이사를 오기 전까지만해도 누드펜션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손주·손녀들이 이 사실을 알까 두려워 오지 말라고 했다”고 푸념했다.

주민들이 더욱 화를 내는 이유는 마을에 남종삼 성인의 생가가 있어서다. 또 마을 주민 30명 중 18명이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1866년 병인박해때 참수형을 당한 남종삼 성인은 한국 순교성인 103명 중 1명이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聖人品)에 올랐다. 이 마을에서 5㎞ 떨어진 곳에는 조선시대 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든 배론성지(충청북도기념물 제118호)가 있다. 천주교 신자인 주민 박운서씨(83)는 “하루 30~40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순례를 위해 배론성지와 마을을 찾고있다”면서 “순례객들이 마을에 ‘누드펜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동호회는 나체주의는 개인 취향이고 사유지에서 지내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펜션에서 만난 한 회원은 “마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동호회 차원에서 옷을 벗고 펜션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룰을 정했다”면서 “마을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마을 꼭대기에 있는 ‘누드펜션’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고있다.|이삭 기자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마을 꼭대기에 있는 ‘누드펜션’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고있다.|이삭 기자

마을 주민들은 오는 28일 단체행동에 나선다. 마을 입구에서 시위를 해 동호회원들이 펜션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박씨는 “경찰과 지자체에 단속을 요구했지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사유지라는 이유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이 나서 이번에는 꼭 누드펜션을 마을에서 몰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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