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이들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2017.09.03 10:01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
·“다른 개념들도 그렇지만 고독사라는 개념 역시 다른 표현이나 용어들과 구분함으로써 그 내용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혼자 죽음을 맞는다고 해서 모두 고독사라고는 하기 어렵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송인주 연구위원은 고독사 문제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심각한 익명성’을 꼽았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스로도 세상과 거리를 둔다. 빚 독촉 때문이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든,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들을 찾고 사회와의 접점을 만들려면 보다 예민하고 특별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송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그간 개념 정의도 확실치 않고, 명확한 통계도 없는 고독사 문제를 연구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한 해 3만건 이상 발생한 서울시 관내의 변사자 기록을 일일이 들여다봤다. 그 결과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고독사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정의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다. 송 연구위원에게서 고독사가 늘어나는 배경과 현황, 대책에 관해 들어봤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 김태훈 기자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 김태훈 기자

-중년층의 고독사가 늘어난 요인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등의 가족관계 변화가 지적된다.

“사실 1인가구가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연령대는 20~30대 청년층과 노년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1인가구 증가를 중년층 고독사 문제의 원인으로 성급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따로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우선 전제를 해야 할 것이 중년층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데엔 일자리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그에 따라 부채가 늘어나는 등의 생활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사회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혼이나 알코올 중독, 건강문제 등 개인적 차원의 고독사 위험요인들이 합쳐져 중년층의 고독사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중년층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고독사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이혼 후 자녀들이 어머니와 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봐도 될까.

“한국의 가족 내 관계는 아무래도 어머니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40~50대 중년층 남성들의 사회적 관계가 부실한 이유 중의 하나도 가족 내 관계가 충실하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멀리 떨어져 있거나 따로 살더라도 기본적으로 관계망이 충실하다면 문제가 안 되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 가정이 많다. 전통적인 가족구도에서 아버지가 경제를, 어머니가 관계를 맡다 보니 어쩌다 이혼하게 되면 자녀들은 대체로 어머니와 더 가까이 지낸다. 문제는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따로 살게 된 상황 자체가 아니라, 중년 남성들이 경제적으로 실패를 겪는다든가 하는 이유로 아버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고립되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중년층 고독사의 원인에 실업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했다면 청년층에서도 고독사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년층에서 1인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에게서도 고독사가 빈번히 나타난다고 볼 여지는 있다. 일본에서 온 표현인 ‘히키코모리’처럼 혼자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인 대면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고 모든 일을 해결하는 이들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는 등의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고독사가 늘고 있다면 당장 어떤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까.

“먼저 제대로 된 고독사 개념을 세우고 통계가 나오는 것이 첫걸음이다. 현황을 알아야 대처방안도 세울 수 있으니까. 보고서를 만들면서도 경찰의 변사기록을 일일이 뒤져 가면서 고독사인지 아닌지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나 관련기관에서 기록을 만들 때 사망 유형으로 고독사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 체크하는 난을 만들어 기록을 남겨도 연구와 정책 수립에 보다 진전을 보일 수 있다.”


-그동안 정부든 학계든 고독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현실에서는 여러 개념이 혼용돼 쓰이고 있는데.

“다른 개념들도 그렇지만 고독사라는 개념 역시 다른 표현이나 용어들과 구분함으로써 그 내용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혼자 죽음을 맞는다고 해서 모두 고독사라고는 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고독사라는 용어는 엄밀하게 정의된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용어에 가깝다. 이 경우 문제는 포괄하는 범위가 너무 넓으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에서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에서 쓰이는 ‘고립사’라는 표현을 보면 그 표현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 지진과 같은 재난지역에서 혼자 죽은 채 발견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기에다 일본의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공기업에서 분류를 위해 ‘사망 1주 후’ 발견된 죽음을 따로 분류하면서 개념이 정착되는 과정을 거쳤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결과가 고독사라고 보면 일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고독사가 발생한 농촌지역의 이웃 주민들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남은 이웃 주민들이 죄책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농촌에선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으니 고독사도 많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도시보다는 이웃끼리 서로 오래 알고 지낸 관계가 강하다 보니 이웃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은 도시 사람들도 비슷하다. 때문에 공공정책을 통해 고독사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독사 취약층 이웃들에게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 그리고 이웃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정서적 충격을 달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 대책을 여러 모로 강구해도 현실에서는 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미 시민사회에서도 고독사 문제 대책을 여럿 내놓고 활동도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어느 분야의 문제건 마찬가지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는 1인을 위한 대책은 많아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는 문제는 잘 알아채기가 힘들다. 특히 고독사하는 분들은 빚에 쫓기거나 해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보다 특별한 민감성이 필요한 이유다. 기술이 발달해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홈캠을 비롯해 다양한 안부 확인도구가 나오고 있지만 더 중요하고도 어려운 건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서 세상과 연결하는 일이다. 어떻게든 그분들과 접촉이 있어야 위험에 처했는지 어떤지를 알 수가 있으니까.”


-해외의 사례 중 우리 사회가 주목할 만한 지점은 없을까.

“보고서에서 영국의 ‘임종기 지원’ 대책을 하나의 예로 제시해둔 바 있다. 이 지원책은 국내에서도 있는 호스피스 사업처럼 임종을 앞둔 이들이 안정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지만 국내와는 차이가 있다. 국내에선 특정 질병에 걸린 사람들만 호스피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병에는 걸리지 않고 가족 없이 살다 집에서 혼자 죽는 사람들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