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성추행 피해 막을 세 번의 기회 놓쳤다

2018.02.01 22:32 입력 2018.02.01 22:46 수정

① 아무런 제지 없었던 현장…안태근에게서 떼어 놨어야

② 주변선 “고발하면 힘들다” ‘함께 피해 해결’ 용기 못 줘

③ 알고도 감찰 접은 법무부…최교일에 막힌 후 진전 못 해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단체연합·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미투’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검찰 내 성차별, 성폭력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단체연합·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미투’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검찰 내 성차별, 성폭력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검찰 고위간부 성추행 사건은 7년3개월 만에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가 힘겨운 고백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많은 검찰 동료들의 외면 속에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검찰 동료들은 성추행이 일어났을 때, 서 검사가 피해 사실을 상부에 알렸을 때, 법무부가 이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을 때 등 세 차례에 걸쳐 서 검사의 피해를 막거나,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도울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는 검찰의 젠더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이 향후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 과제이기도 하다.

① 누군가 추행을 제지했다면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JTBC에 출연해 2010년 10월30일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이 “상당시간 지속됐다”고 말했다. 장소가 동료 검사의 부친상 장례식장이다 보니 성추행 현장에는 많은 검찰 동료가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부장검사는 나중에 이 일을 언급하며 “안 전 검사장이 많이 취한 것 같아 서 검사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눈치를 줬는데, 눈치를 못 채더라”고 한탄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누구도 안 전 검사장을 제지하거나 서 검사를 그 자리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서 검사는 방송에서 “(주변의) 아무런 제지가 없어 (그 상황이) 더 환각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한 검사는 “젊은 여검사라 간부 옆에 앉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술취한 간부 옆자리에 앉도록 한 것부터 문제”라고 말했다.

② “피해 고발하자”고 용기 줬다면

서 검사는 얼마 뒤 직속 상관인 서울북부지검 김모 부장검사에게 울면서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주변 친한 검사들과도 상의했다. 하지만 “고발하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김 부장검사는 1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서 검사에게 이러저러한 여파와 고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심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얘기했다”면서 “서 검사가 며칠 뒤에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러한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고, 사건은 그대로 묻혔다. 서 검사가 들었다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북부지검 상관·동료들은 ‘서 검사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문제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당사자의 판단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③ 법무부 감찰 이뤄졌다면

서 검사의 피해 사실은 검찰 내에 ‘아는 사람은 아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도 그해 12월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을 맡던 ㄱ검사가 자신에게 “모 검사의 부친상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니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임 검사는 장례식장에 있던 검사들을 수소문해 서 검사가 피해자임을 파악하고 문제 제기하자고 설득했지만, 서 검사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당사자도 가만히 있는데 왜 나서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ㄱ검사는 임 검사에게 “감찰담당관과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감찰은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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