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관여’ 고영한 대법관 “사법의 권위 하락 멈춰야”

2018.08.01 10:44 입력 2018.08.01 11:40 수정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여한 고영한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하면서 “사법의 권위는 국가경영의 두 영역 중 이른바 ‘위엄의 영역’에서 필수적”이라며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 대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을 때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독립을 훼손한 일이 발생해 파문까지 이어진 것이지만 정작 사법 권위 하락을 우려한 것이다.

고 대법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요 사이 법원 안팎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고 대법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8.8.1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고 대법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8.8.1

그러면서도 고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법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법 본연의 임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권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고 대법관은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소임(권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을 다할 때 국민들로부터 신롸와 사랑을 받는 사법부가 될 것”이라며 “특히 판사는 판사가 된 그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 이상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다른 행복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고 대법관은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부의 잘못으로 허물어진 부분은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과의 사이에 깊게 파인 골은 메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고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를 결정한 장본인이다.

이탄희 판사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사표를 내 법원행정처 책임론이 불거지자 고 대법관은 지난해 3월 법원 내부통신망에 “부당 지시는 없었고 언론보도는 허위”라는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을 파기환송했을 때 고 대법관이 주심 대법관이었다.

고 대법관과 함께 퇴임한 김창석 대법관과 김신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재판 거래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신 대법관도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의 대법관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해 임명됐으며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들과 공동으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냈다.

지난해 9월 퇴임한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퇴임사를 통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해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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