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답게" "남학생 답게"…고정된 성 편견 이제 그만

2018.10.31 11:34

"여학생 답게" "남학생 답게"…고정된 성 편견 이제 그만

‘공부를 못해도 결혼만 잘 하면 된다’ ‘지금 공부하면 와이프 외모가 바뀐다’는 등 성차별적인 말들이 학교에서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학생의 날(11월3일)’을 앞두고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진행한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 ’학교편‘’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지난 10~18일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 학교편’ 시민 참여 캠페인 설문에는 528명의 시민이 참여해 738건의 의견을 냈다. 참여자 남녀 성별 비율은 2대 8이었다.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 중 86.7%가 성차별 언어나 행동 경험이 있었고, 여성의 경우 87.8%가, 남성의 경우 82.5%가 “있다”고 답했다.

학교생활 중 가장 성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말과 행동’이 34.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교칙(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교과 내용(11.0%), 진로지도 등(10.0%)에 문제가 많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교훈’과 ‘급훈’에 대한 문제 제기도 4.8%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말과 행동으로는 ‘여자는 공부 못해도 얼굴만 예쁘면 된다’, ‘여학생은 글씨를 잘 써야 하고, 남학생은 못 써도 된다’, ‘남자애가 먹는게 그게 뭐니? 여자애처럼’ 등이다. 교과내용 중에는 올해 1학기 모 초등학교 2학년 과정에서 나온 시험문제 ‘저녁준비, 장보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등의 일은 주로 누가하는 일인가요?’(정답 엄마)를 예로 들었다.

학교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 말과 행동(주관식 복수 응답 전체 738건). 서울시 제공

학교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 말과 행동(주관식 복수 응답 전체 738건). 서울시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국어·여성계 전문가에게 자문해 학교 내 개선해야 할 성차별적 말과 행동 5건을 선정해 시민과 함께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조신한’ 여학생, ‘듬직한’ 남학생 등 성별에 따라 붙는 뻔한 수식어 변경과 고정된 편견에 따라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교훈 등을 시급히 바꿔야 할 성차별 사례로 꼽았다.

이밖에도 학교에 엄마를 모시고 오라는 등 ‘엄마 소환은 이제 그만! 보호자를 소환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는 학생이 다니는 곳이지 엄마가 다니는 곳이 아님을 강조하는 동시에 다양한 가족이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시민 의견 제안에는 학교 내 성추행, 성희롱과 관련된 의견도 포함됐다. 유튜브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성차별적 혐오 표현부터 성적 농담, 이유 없는 스킨십 등은 제발 하지 말자는 외침도 있었다. 특히 여성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성희롱적 발언,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 술자리 강제 참여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교생활 전반에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과내용, 교훈, 급훈, 교칙 등에 대한 모니터링, 컨설팅, 의식교육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보육·교육기관의 성평등 생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컨설팅하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스쿨’을 관련기관과 연계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겪은 적이 있나요?’ 응답 결과. 서울시 제공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겪은 적이 있나요?’ 응답 결과.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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