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구연대회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천사 같은 아이들의 깜찍한 표정, 앙증맞은 몸짓들, 새소리처럼 들리는 귀여운 목소리 등이 생각나실 겁니다. 오늘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동화구연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바로 할머니들이 공연하는 동화구연대회였기 때문입니다. 서울 양원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반평생이 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한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치고 그동안 배운 것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리입니다.
대부분 60~80대이신 할머니들은 친구들과 함께 의상을 준비하고 분장을 하며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선 할머니들은 비록 서툴긴 해도 자신의 끼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멋진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출연자 중 최고령 박옥희(81)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대학까지 공부하고 싶다”며 열변을 토하셨고 경기도 문산에서 통학하며 하루도 결석하지 않으셨다는 송영자(80)할머니는 ‘해님과 바람’ 공연에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공연을 지켜보던 할머니들은 ‘친구들이 혹시 실수라도 하지않을까’ 가슴 졸이면서도 대사 하나 몸동작 하나에도 환한 웃음과 박수로 응원해주었습니다. 학부모석에 앉아 공연을 보던 자식들과 손주들은 할머니들의 멋진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가며 한글을 배워 이제는 동화구연까지 도전하는 할머니들의 열정과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