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참전 부상병에 주는 ‘상이기장’을 계엄군 97명에 수여

2020.05.13 06:00 입력 2020.05.13 09:23 수정

계엄군의 ‘표창·상이기장’

국방부가 수여하는 ‘상이기장’, 1980년 7월 국방부가 5·18에 투입됐다 부상당한 계엄군에게  ‘상이기장’을 수여했다는 문건, 1997년 재향군인회가 발간한 책자에 실린 1980년 6월29일 계엄군 33명에게 육군참모총장 표창이 수여된 기록(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미지 크게 보기

국방부가 수여하는 ‘상이기장’, 1980년 7월 국방부가 5·18에 투입됐다 부상당한 계엄군에게 ‘상이기장’을 수여했다는 문건, 1997년 재향군인회가 발간한 책자에 실린 1980년 6월29일 계엄군 33명에게 육군참모총장 표창이 수여된 기록(왼쪽부터 순서대로)

5·18민주화운동 직후 군 당국이 계엄군 부상자들에게 ‘상이기장(傷痍記章)’을 수여하며 예우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상이기장은 6·25나 베트남전쟁에 참여해 부상당한 상이자들에게 주로 수여된다. 5·18 직후 계엄군 수십명에게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준 사실도 파악됐다.

5·18을 진압한 공로로 계엄군에게 수여된 훈장과 포장,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모두 치탈됐다. 하지만 5·18 당시 계엄군들에게 수여한 상이기장은 취소 절차를 밟지 않았다. 국방부는 상이기장과 참모총장 표창의 수여와 취소 여부에 대해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장헬기 조종 장교 등 33명엔
계엄사령관 겸한 참모총장 표창

하지만 12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1980년 7월24일자 국방부의 ‘상이기장 수여 발령’ 문건을 보면 당시 주영복 국방부 장관 명의로 5·18 진압에 투입됐다 다친 계엄군 97명에게 일반명령 제6호로 ‘상이기장’을 수여했다.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해명과 달리 상이기장 수여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다.

통상 상이기장은 전투 또는 작전상 필요한 공무수행 중 부상한 자에게 수여한다. 부상 정도에 따라 특별상이기장과 보통상이기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상이기장은 바른편(오른쪽) 가슴에 패용해야 하고 증서를 휴대해야 한다. 당시 계엄군 부상자 27명에게는 특별상이기장, 70명에게는 보통상이기장이 수여됐다. 이들 중 20명은 앞서 6월20일 5·18 진압 공로로 정부의 훈장과 포장을 중복 수여받았다.

2001년 옛 전투병과교육사령부(상무대) 부지에 조성된 광주 서구 5·18자유공원에서 관람객들이 복원된 영창을 둘러보고 있다. 군은 당시 5·18을 설명하는 문구가 “군 위상을 저하시킨다”며 교체를 추진했다.  광주시 제공

2001년 옛 전투병과교육사령부(상무대) 부지에 조성된 광주 서구 5·18자유공원에서 관람객들이 복원된 영창을 둘러보고 있다. 군은 당시 5·18을 설명하는 문구가 “군 위상을 저하시킨다”며 교체를 추진했다. 광주시 제공

상이기장은 그동안 6·25나 베트남전에 참전해 부상한 사람들에게 주로 수여됐다. 6·25전쟁 참전자 19만3000명과 베트남전 참전자 7300여명 등 20여만명이 받았다. 보훈급여 등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보훈행사와 해당 부대 초청 행사 등에서 ‘전쟁영웅’의 예우를 받는다.

한 예비역 대령은 “전쟁에 참전해 부상당한 군인들은 국가가 인정한 상이기장을 받은 사실이 자긍심을 대신한다”면서 “5·18 진압군에게 상이기장이 수여된 것은 ‘전쟁영웅’으로 예우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고엽제 후유증으로 투병 중인 이모씨는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방부에 수차례 상이기장 수여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구제를 신청했다. 조사를 진행한 권익위는 국방부에 “고엽제 후유증 전상군인에게도 상이기장을 수여하고 관련 규정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훈장·포장 등은 모두 박탈됐는데
상이기장은 기록·자료 없다며
국방부 취소 절차 밟지 않고 회피

군은 5·18 진압에 참여한 33명에게 육군참모총장 표창도 줬다. 표창은 ‘육 일반명령 제22호’에 의거해 이뤄졌다. 육군참모총장은 당시 계엄사령관을 겸했다. 국방부는 5·18 진압군에게 정부의 훈장이 수여된 9일 후인 1980년 6월29일 표창을 했다. 표창 대상자는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부대 장병, 전교사, 20사단 장병 등이었다. 계엄군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돼 무장헬기 등을 조종한 제1항공여단 소속 장교 8명과 육군본부 장교 5명도 같은 날 5·18 관련으로 참모총장 표창을 받았다.

이 같은 내용은 1997년 5월15일 재향군인회 호국정신선양운동본부가 편찬한 <12·12, 5·18 실록> 부록에 실려 있다. 재향군인회는 5·18 계엄군에게 육군참모총장 표창이 수여된 내용을 “1996년 3월20일 ‘제1문서보존소 문서철’에서 확인했다”고 기록했다. 5·18 진압 공로로 계엄군 79명에게 수여됐던 훈장과 포장,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1997년과 2006년(훈·포장), 2018년(표창) 모두 치탈됐다. 하지만 그보다 낮은 급의 상이기장과 참모총장 표창에 대해 국방부는 수여 여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상이기장과 육군참모총장 표창 수여자 수와 취소 여부를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지난 4월20일 “5·18민주화운동 관련 상훈 및 상이기장 수여자 명단은 별도 기록을 유지하지 않기에 해당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 또 “상이기장은 국방부 장관이 발행하는 사항으로 육군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게 상이기장과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방부는 상이기장과 표창 수여 여부에 대해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미지 크게 보기

국방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게 상이기장과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방부는 상이기장과 표창 수여 여부에 대해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신군부, 군 내부 우호 여론 위해
광주 투입 계엄군에 과다 예우
국방부가 사실관계 바로잡아야

국방부도 관련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5·18 관련 참모총장 표창과 상이기장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해 달라’는 질의에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확인되지 않는다”고 공식 답변했다. 군 표창은 취소할 수 있다. ‘군표창규정’ 제14조는 ‘표창은 이를 취소할 수 없다. 다만, 표창한 공적이 허위로 판명되었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군 위상’ 등을 운운하며 5·18 진상규명을 방해해왔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2001년 옛 국군기무사령부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광주시가 1980년 전투병과사령부 부지에 ‘5·18자유공원’을 만들고 설치한 5·18 안내문에 “대군 불신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무사는 ‘5·18자유공원 전시판넬(패널) 내용 순화 요망’이라는 문건을 국방부에 보내 “(자유공원) 전시관에 전시할 내용에 군 위상 저하 및 대군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 순화를 위한 조치가 요망된다”고 했다. ‘무차별 살육작전 전개’를 ‘진압작전 시작’으로, ‘공수부대 일제히 발포’를 ‘일부 인원 사격 시작’ 등으로 교체해 달라는 대체문안도 작성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국방장관에게도 주요 첩보로 보고된 것으로 나온다.

또 다른 문건에는 1998년 전남도교육청이 학생들이 쓴 5·18 글을 모아 <빛나는 오월의 햇살>을 발간하자 군이 “학생들에게 군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착시켜 군에 반감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내용 삭제 등을 교육청에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5·18 직후 전두환 등 신군부는 군 내부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에게 과다한 예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5·18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정의가 세워졌기 때문에 거기에 합당한 방향으로 사실관계 등이 바로잡혀야 한다”면서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자꾸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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