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철도공사 KTX여승무원 해고는 무효

2020.08.26 00:14 입력 2020.08.26 00:17 수정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8년 6월18일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원직 복직을 주장하며 천막 농성중인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원.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2018년 6월18일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원직 복직을 주장하며 천막 농성중인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원.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2010년 8월26일 철도공사 KTX여승무원 해고는 무효

‘KTX 여승무원 해고 사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2006년 시작된 이 고용분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재판거래 의혹까지 얽히며 무려 12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파업 당시에는 계약직인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것을 왜 거부하고 파업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승무원들은 왜 이런 기나긴 투쟁을 벌여야 했을까요?

10년 전 철도공사의 KTX여승무원 해고는 무효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 내용 자세히 살펴보시죠.

2010년 8월26일자 경향신문 11면 갈무리

2010년 8월26일자 경향신문 11면 갈무리

“한국철도공사가 2006년 KTX여승무원들을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26일 KTX 전 승무원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임금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승무원들이 파업을 시작한지 4년5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2006년 3월, KTX 여승무원 350여명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KTX가 운행을 시작할 당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여승무원들을 채용하면서 계약직으로 2년간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 정규직으로 생각하고 입사했습니다. 실제 업무도 직접고용과 동일했기 때문에 직접계약이 성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공사가 계열사 직원으로 위탁계약을 맺으려 해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계약과정을 보면 승무원들은 ‘홍익회’라는 재단법인의 ‘철도유통’이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KTX에서 일했습니다. 홍익회는 승무원들의 고용계약을 철도유통에 인계했고, 철도유통은 다시 ‘KTX 관광레저’라는 계열사로 고용계약을 인계하려 했습니다.

이에 여승무원들은 공사 정규직과 같은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데도 자회사로 옮겨다니게 한다며 계약을 거부했습니다. 위탁계약을 맺으면 또 다시 어떤 업체로 계약이 인계될지 불안한 신분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사는 KTX 관광레저로 이적하지 않으면 고용시한(2006년 5월31일)이 만료된다고 통보했고 이를 거부한 여승무원 280여명 전원을 해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철도유통은 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공사는 여승무원들을 채용할 때 직접 참여했고 수습교육도 시켰으며, 철도유통은 독자적으로는 승무원들의 출·종무 시간 등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수당과 퇴직연금 및 4대 보험료까지 부담했고 업무 평가도 한 것을 근거로 승무원들과 공사 사이에는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채용과정과 근무형태를 볼 때 승무원에게는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관계 획일적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공사가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실질적 해고로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앞서 2008년 12월에도 가처분 결정을 통해 승무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었기에 1심 판결은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심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2015년 이 판결을 파기하고 승무원들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역 플랫폼에서 KTX  여승무원이 열차 출발시간을 앞두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br />/정지윤기자

서울역 플랫폼에서 KTX 여승무원이 열차 출발시간을 앞두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지윤기자

2015년 11월 대법원은 2010년의 1심과 2011년의 2심을 뒤집고 승무원들에 대해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승무원들의 승객서비스 업무가 공사직원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게 아니라 철도유통이 공사와 체결한 위탁협약에 따라 독자적이고 이뤄졌다고 본 것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같은 열차에서 근무하는 공사 소속 열차팀장과 하청 자회사 소속 여승무원의 업무가 서로 무관하고, 열차팀장이 승무원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거나 지휘명령 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열차팀장은 안전을, 열차승무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업무가 분리돼 있어 적법한 도급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위장도급 여부를 다투는 유사 소송에서 사용자 측의 선례로 인용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승무원들은 1심 승소 후 회사 측에서 받은 임금에 이자까지 1억 원 넘게 내야 할 처지가 됐고, 이를 비관한 한 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8년 5월,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재판거래 의혹 문건에 KTX 승무원 판결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를 시도하는 데 KTX 판결을 이용한 정황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드러난 것입니다.

이후 코레일 노사가 협의를 다시 시작했고, 같은해 7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서 3개 항과 부속합의서 7개 항에 합의, 정규직 복직이 확정되며 승무원들의 12년간의 기나긴 투쟁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관련기사 ‘재판거래 의혹’ 피해 당사자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하고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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