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확진돼도 입원 못해…K-방역에 장애인은 없다"

2020.12.17 19:14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 설치된 서울 중구 임시선별검사소.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 설치된 서울 중구 임시선별검사소. 이상훈 선임기자

경북 포항시에 사는 A씨는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뇌병변 장애로 왼쪽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어 이동하거나 생활할 때 도움이 필요하지만 활동지원사도 없이 별도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앰뷸런스를 타고 안동의 한 의료원까지 2시간을 이동했다. 의료원에서도 방치는 이어졌다. 돌봄지원이 없어 같은 병실의 확진환자들이 A씨를 돌보고 있다. A씨의 남편은 “병원 측에서 ‘(A씨처럼) 이렇게 통제가 안 되면 신경안정제를 투입하거나 팔다리를 묶는 수밖에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지체장애인 B씨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활동지원사가 있는 병상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택에 대기 중이다. B씨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투병하자 가족이 방호복을 입고 간호에 나섰다. B씨와 가족들은 “병상에 들어간 이후로는 생활지원인 없이 기저귀를 찰 수도 있다”는 안내만 받았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등 장애인권단체들은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유행한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장애를 고려한 지원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할 때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의 조사 결과 A씨의 자택과 입원한 의료원이 있는 경상북도에는 장애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를 대비한 지원 대책이 전혀 없었다. 단체들은 B씨가 사는 서울시로부터도 장애인 자가격리 매뉴얼 외 확진자에 대한 별도의 활동지원 제공 등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체들은 장애인 확진자가 우선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하고, 장애인 확진자 병상에 생활지원인을 배치하고,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생활치료실을 확보하도록 올해 초부터 요구해 왔다. 단체들은 “지난 2월 청도 대남병원 집담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이 자가격리 또는 확진되는 상황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은 온전히 가족의 책임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대책 부재는 고스란히 A씨와 B씨 사례와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장애인은 ‘K-방역’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A씨와 B씨에 대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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