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죽어가는 홈리스…“한 해 295명”

2020.12.21 21:21 입력 2020.12.21 22:03 수정

이름 적힌 책과 장미 놓고
시민단체 서울역 앞 추모제

작년보다 2배 정도 늘었지만
정부 차원 공식 통계 없어
“복지 연계 위해 고민 필요”

곽○○(고시원 사망), 김○○(요양병원 사망), 유○○(한강 사망), 지○○(여인숙 사망)…. 올해 숨진 홈리스들의 이름이다. 홈리스행동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95명의 홈리스가 거리, 고시원, 여관, 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서 살다가 사망했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가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실제로 한 해 몇 명의 홈리스가 어디서, 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21일 동지를 맞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를 열고 비적정 거처에서 숨진 홈리스 295명을 애도했다. 홈리스 추모주간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이들의 이름이 적힌 책과 장미 295송이가 광장 계단 위에 놓였다. 295명은 작년 공동기획단이 집계한 16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공동기획단은 “올해 사망자가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매년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짐작 가능한 규모조차 (통계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95명은 홈리스행동 등 주거·빈곤단체가 알음알음 파악한 수치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사라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295명 중 278명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17명은 자체적으로 쪽방 주민단체의 협조나 홈리스야학, 홈리스와의 면담을 통해 파악한 사망자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올해 단체가 집계한 사망자가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무연고 사망자 집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 장사업무안내지침이 바뀌어 기초생활수급자 중 무연고 사망자를 무연고 사망자 수에 포함하게 했는데 이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무연고 장례를 치르지 않은 홈리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홈리스 등은 여전히 통계에서 누락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가늠하기 어려운 규모의 홈리스가 비적정 거처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가 파악하는 홈리스 사망 통계는 없다. 박 활동가는 “누군가 숨지면 (국가에서) 사망 확인·시신 처리는 반드시 하게 돼 있는데 그 이후 정확한 기준으로 분류하거나 통계를 만들지 않고 있다”며 “어떤 질환으로, 어떤 상황에서 돌아가시는지 파악되지 않으니 복지 지원 연계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등에서는 홈리스 사망 통계를 집계하고 추정치를 내고 있다”며 “민간단체가 집계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전국적인 노숙인 사망 실태를 발표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노숙인 사망 통계는 새로운 기준이나 기법이 필요한 게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 한림대 교수였던 주 실장은 전국노숙인쉼터 등록자료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주민등록번호와 사망자 이름, 사망일 등을 비교 분석해 1998~2009년 노숙인 사망자 수를 집계했다. 그는 “최근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민간에서 다루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건강보험, 사망원인 통계 등 전국민 사망에 관한 기본자료가 있는 정부가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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