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한 달…해결 못한 숙제가 많다

2021.02.14 20:23 입력 2021.02.14 20:28 수정

수술 가능 판단 기준·비용 ‘제각각’…약물도 음성적 거래

안전한 임신중단 위한 후속 입법, 이번 임시국회도 미지수

낙태죄가 사라졌다고 안전한 임신중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단 약물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임신중단 수술을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가 1년8개월 동안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형법상 낙태죄는 올 1월1일부터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

대체 또는 보완 입법 없이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준비도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임신 몇 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형법상 낙태죄 논의가 발이 묶이면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낙태죄가 사라진 지금도 현장에서는 임신중단 수술 비용과 수술이 가능한 주수가 제각각인 문제 등이 남아 있다. 산부인과 병원들이 안내하는 임신중단 수술 비용은 주수에 따라 60만~100만원가량으로 차이가 크다.

임신 10주가 넘으면 수술을 거부하는 병원도 있다. 14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는 ‘임신 10주에도 수술이 가능하냐’는 문의에 “임신 10주 미만까지만 임신중단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의한 개정안의 “임신 14주까지는 개인의 의사만으로도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15~24주에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라 허용”하는 방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미프진 등 인공 임신중단 약물의 정식 도입도 늦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임신중단 약물이 없는 탓에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프진의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미프진은 복용 전후 모니터링과 의사 상담이 필요하지만 SNS에서 검색만 하면 ‘1 : 1 무료상담’ 등의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약을 먼저 배송받게 돼서 남은 미프진을 양도한다”며 개인 간의 거래를 유도하는 글도 있다. 상담을 시작하면 “미국 정품임을 보장한다” “정품이 맞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안내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약품의 안전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논의되지 못한 임신중단 관련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지도 불투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법안 상정 등을 위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18~19일과 24~25일에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연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포함해 임시회의에서 논의할 법안 목록을 협의하고 있다”며 “지난해 임신중단 관련 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끝났다. 임시국회에서 지난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을 우선 상정하려고 하겠지만 코로나19 등 복지 관련 현안이 많아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상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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