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여기 있니” “남 일 같지 않다”…시민들, 광주 철거 사고 희생자 추모

2021.06.11 14:53 입력 2021.06.11 19:58 수정

11일 광주 동구청사 내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11일 광주 동구청사 내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광주 동구청 광장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11일 오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네 주민부터 인근 학교 학생, 점심시간에 짬을 낸 직장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분향소를 찾았다. 소꿉친구가 죽었다며 눈물을 흘린 추모객도 있었다. 분향소를 찾은 재개발 조합 측은 유족·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네가 왜 여기 있니, 왜 여기 있는 거야.” 친구 한 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유점순씨(71)는 이날 영정사진을 보며 오열했다. 60여년 소꿉친구로 지내온 고모씨(70)가 사고 희생자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 아팠지만, 그 안에 자신의 친구가 포함돼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날 단체채팅방에 올라 온 영정사진을 보고 나서야 친구 고씨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유씨는 “친구의 사진을 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며 “(친구) 남편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반찬을 가져다주려고 버스 타고 가던 중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희생자들과 직접 인연이 없는 시민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시민들은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엄숙한 자세로 헌화와 분향을 했다. 광주 동구 충장동에서 일하는 김지수씨(30)는 점심시간에 급히 분향소에 왔다. 국화를 제단에 올린 뒤 오랜 시간 묵념한 그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이 무너져서 목숨을 잃는 건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사고가 남 일 같지 않았다”고 추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철저히 진상규명이 돼서 안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유사한 사고가 또 벌어지지 않게 인식과 행동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우원씨(31)는 “뉴스가 났을 때만 해도 사망자가 3명이었는데, 이후에 점점 늘어났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고 다친 것 자체도 슬프지만, 자신의 가족에게도 얼마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씨는 “일터가 동구인데, 가까운 곳이다 보니 특히 마음 쓰였다”면서 “또래의 젊은 사람도 둘 사망했다. 따님은 목숨을 잃고 아버지만 살아남았다는 사례도 봤는데, 아버지나 가족이 어떤 마음이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노동계의 방문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30여명이 함께 추모를 왔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라면서 “일하는 사람은 다치지 않았지만, 시민이 다쳤다. 노동 안전은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재개발을 맡은 조합 관계자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병찬 학동4구역재개발조합 총무이사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원인) 파악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유족 분들과 피해자분께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도로 위 정차한 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광주 동구청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0일 청사 내 광장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는 오는 14일까지 24시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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