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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지휘기 태운 특전사령관 잘못했지만 징계 못한다…왜?

2021.07.02 11:06 입력 2021.07.02 11:24 수정

[단독]민간인 지휘기 태운 특전사령관 잘못했지만 징계 못한다…왜?

군이 항공기 탑승 규정을 어기고 민간인을 지휘기(UH60 헬기)에 태운 육군 특수전사령관 A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지만, 마땅한 ‘징계양정(헤아려 정함) 규정’이 없어 혼선을 겪고 있다. 군은 관련 규정 보완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 등 사후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헬기 탑승과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과 A사령관에 대한 처분을 (육군) 정보작전부와 법무실 협조 아래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군은 항공기 탑승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양정 규정이 없어 A사령관에 대한 징계 절차와 방식, 수위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육군참모총장 수준에서 법무실과 협조해 양정 규정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A사령관은 지난 5월 당정 예산 실무협의를 위해 경기 이천에 위치한 특전사 본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전문위원 B씨를 자신의 지휘기에 탑승시켰다. A사령관은 김포 제1공수여단에 갈 일이 있다면서 B씨를 헬기에 탑승시킨 뒤 용인에 있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 내려줬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당시 항공기 탑승 결재권자인 육군본부 정보작전부장 C씨도 실무협의 자리에 동석했다. 그럼에도 A사령관은 B씨의 헬기 탑승과 관련해 C씨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C씨는 이튿날 B씨의 헬기 탑승 사실을 확인하고, 특수전사령부에 유선으로 관련 규정을 교육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설혹 사전 협의를 했다고 해도) 구두로 승인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군의 ‘민간인 항공기 지원 절차’ 등에 따르면 특정 부대가 민간인을 항공기에 탑승시키려면 최소 3~4일 전 ‘타당성 검토결과서’를 작성해 육군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최종 승인 권한은 육군참모총장에게 있으며, 정보작전부장이 권한을 위임받아 결재한다. 육군본부 승인이 나오면 탑승을 건의한 부대에서는 운항계획을 짜고, 민간인을 보험에 가입시킨 뒤 서약서를 쓰게 해야 한다.

관련 규정에는 ‘예외적으로 긴급작전, 인명구조, 그 밖의 특별한 사유 발생 시에는 선 조치, 후 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예외 사유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케이스도 아닐뿐더러 A사령관은 B씨를 헬기에 탑승시킨 뒤 사후적으로 육군본부에 문서 보고를 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A사령관의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군이 이토록 기강이 해이하고 보신과 안일이 판치는 조직인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면서 “국방부 수뇌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성 장군(육군 중장) 출신인 그는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건을 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면서 “군의 명예에 먹칠을 한 만큼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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