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강매당하고 신용불량자 됐다”…어느 구직자의 눈물

2021.07.21 21:15 입력 2021.07.22 10:10 수정

‘일당 30만원 수행기사 업무’

지원서 내자 차량 구입 종용

하루 새 대출·차량 출고 진행

업체는 몇 달 뒤 차 갖고 잠적

경찰은 소극적 수사 뒤 종결

실업자 이미지. 경향DB

실업자 이미지. 경향DB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로 일했던 강예식씨(40)는 지난해 타다가 카니발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던 강씨는 지난해 4월20일 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일당 30만원짜리 수행기사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사이트에는 하루 운행을 마치면 당일 저녁 30만원이 입금되는 고수익 일자리로 소개돼 있었다.

취업에는 일부 부대조건이 붙었다. 업체 측은 강씨 명의로 된 중형 외제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씨는 대부업체에서 5000만원을 빌려 중고 벤츠를 구입했다.

매달 125만원씩 나가는 자동차 할부 대출금은 업체가 지불한다고 했다. 대출부터 차량 구매, 출고 전 과정이 면접 당일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운행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업체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각종 행사가 취소돼 일감이 없다고 했다. 차를 산 뒤 단 하루도 수행기사 출장을 나가지 못했지만 강씨는 그 말만 믿었다. 그러던 지난 1월,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던 업체가 문을 닫았다. 강씨 차량과 모든 영업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갔다.

이때부터 할부 대출금이 밀려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업체 직원들은 잠적했고, 강씨 명의의 차량도 사라졌다. 대출금 체납으로 강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다. 강씨가 갚아야 할 돈은 현재 4100만원까지 불어났다.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부업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지난해 경찰은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대출을 낀 외제차 매입을 유도하는 업체의 행각이 보도되자 수사에 착수했지만 범행 전모를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21일 “기사가 나간 뒤 직접 업체를 방문해 확인했지만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평소 일선 경찰서에서 다룬 사건들과 달라서 신경을 덜 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당국의 태도는 그래도 경찰보다 적극적이었다. 경기도는 해당 업체를 방문판매업법을 위반한 ‘사기성 거래업체’로 판단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행 방문판매업법은 거짓·과장된 사실로 거래 상대방을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금융감독원도 취업을 내세워 중고차 대출계약을 요구하는 행위를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로 규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국장은 “경찰이 방문판매업법을 행정법으로 인식해 손을 잘 대지 않는다”며 “이럴 경우에는 행정청에 피해를 신고하는 편이 오히려 일처리가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씨의 피해 복구는 요원한 상태다. 강씨는 지난 4월 차량을 찾기 위해 도난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정황상 실제로 도난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다. 강씨는 해당 업체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려 했지만 이때도 경찰은 ‘직접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횡령 행위로 볼 수 없다’며 강씨를 돌려보냈다. 조급해진 강씨는 경찰 민원포털 ‘국민신문고’에 사건 내용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강씨는 “차를 찾을 방법도 없고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어 막막하다”며 “내 사연이 알려져 비슷한 사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