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페미니즘 백래시’ 맞불···“여성 온라인 시민권 되찾겠다”

2021.08.18 15:10 입력 2021.08.18 15:19 수정

백래시대응범페미네트워크가 지난 13일 발표한 발족 선언문. 한국성폭력상담소 트위터 캡처.

백래시대응범페미네트워크가 지난 13일 발표한 발족 선언문. 한국성폭력상담소 트위터 캡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자 여성단체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자대학교페미니스트네트워크 등은 지난 13일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백범넷)’를 발족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8일 통화에서 “백래시의 정서와 논리는 온라인에서 발생해 정치권과 언론이 확산시킨 측면이 있다. 가만히 두고 보면 심해지겠다고 판단했다”며 “정치권과 온라인을 여성혐오의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여성 연대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여성 온라인 시민권 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범넷은 오는 26일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김주희 활동가는 지난달 4일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 ‘해일’팀을 구성했다. 여성혐오에 맞서 전국 순회 시위를 개최하고 전국민적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김 활동가는 여성의당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시위는 정당이나 단체의 관여 없이 지인들과 함께 시작했다. 지난 4월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운영하는 ‘20대 여성들의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시스터즈 키퍼스’ 게시판이 악성 댓글로 도배되는 사태를 겪고 나서다.

김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여성들이 많이 죽었다는 통계도 여성들의 조작이라는 댓글을 봤다”며 “진짜로 믿는지 궁금했는데 유튜브 가짜뉴스가 많아서 페미니스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잘못된 인식이 커져가는데 규제는 없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일은 지난달 11일 부산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첫 집회부터 신남성연대가 같은 시간 인근에서 주최한 집회와 맞닥뜨렸다. 신남성연대는 ‘페미니스트에게 편향적인 (경찰) 경비과장을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여성의당 핵심인물들이 주최한 남성혐오 집회에 맞서 맞불집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김 활동가를 조롱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해일은 오는 27일 서울에서의 시위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팀원들이 주로 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돼 방학이나 휴가 기간에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페미니즘 관련된 말만 해도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신상을 박제당하는데 어디에서도 대응하는 움직임이 없어 나섰다”며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가기는 어려워서 활동 내용을 모은 책을 써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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