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카데미 “수어통역 불가”…자비로 하겠다는데도 “불가”

2022.04.06 21:29 입력 2022.04.06 22:12 수정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교육기관 아냐…편의 제공 의무 없어”

청각장애인 수강 1년째 거부…인권위 조사 후 결론은 아직

드라마작가 등 방송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KBS아카데미가 강좌 수강을 희망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수어통역·문자통역 지원 문의에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렵고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가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아카데미는 청각장애인이 직접 수어통역사·속기사를 고용해 수업을 듣는 방식도 수업에 혼선이 우려된다며 반려했다. KBS아카데미를 운영하는 KBS미디어는 본지 취재 후 “속기사 등 인력이 함께 수업을 들을 방법이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KBS아카데미는 이달 초 개강하는 드라마작가 기초반 수업 수강을 위해 청각장애인 A씨가 물은 수어통역 및 속기 제공 관련 문의에 “KBS미디어는 KBS와 별개의 사업체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수익 발생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수어통역이나 속기 지원은 비용상의 문제(문자통역 제공 시 적자)로 당장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아카데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9조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교육기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공·사립학교와 특수학교, 평생교육시설, 어린이집, 공무원 교육시설 등에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A씨가 자비로 수어통역사나 속기사를 고용해 참여하는 방법을 재차 문의하자 KBS아카데미는 “소규모 정원 수업이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띄어앉기 등을 하고 있어 공간 배치가 어렵다”고 했다. 강사 및 타 수강생과 협의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부 사유로 들었다.

KBS미디어는 KBS의 계열사로 별도의 법인이지만 KBS는 2021년 12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 86.18%를 보유하고 있다.

KBS아카데미는 지난해 3월에도 청각장애인 B씨로부터 수어통역 제공 및 속기사 대동과 관련한 문의를 받았다. 당시 B씨의 요청도 A씨와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B씨는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 건에 대한 인권위의 처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청각장애인들은 학습권 침해에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통역도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다) 하겠다는데 경영수지가 개선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나”라고 말했다. B씨는 “의무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과정은 배울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나”라고 했다.

KBS미디어 측은“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사죄드린다”며 “장애를 지닌 분들이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전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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