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동료 병사, 전역 직후 임성근 1사단장 공수처 고소

2023.10.25 16:33 입력 2023.10.25 17:03 수정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소

“업적 쌓으려 불필요·무리한 지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피해 호소

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생존자 어머니가 지난 9월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업무상과실치상, 직권남용 혐의 고발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생존자 어머니가 지난 9월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업무상과실치상, 직권남용 혐의 고발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경북 예천군 내성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고 채모 해병대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 구조된 해병 A씨가 전역 이튿날인 25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A씨는 이날 군인권센터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나와 전우들이 겪을 필요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만기 전역했다.

A씨는 “전역을 앞두고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내며 많이 고민했다”며 “사고 당사자로서, 사고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하다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 아니다”라며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채 상병 영결식 후 대대장님이 보직 해임됐고,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질 것’이라 약속하며 저희를 챙겨주던 중대장님도 얼마 전 다른 분으로 교체됐다”며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꼬리 자르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왔다고 했다. 그는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던 채 상병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며 “여전히 채 상병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지만 군병원이나 부대에서 상담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상담·진료한 내용이 사단장에게 보고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려는 사단장 입김이 닿는 곳에 겪은 일을 믿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도, 안전에 관심 없이 복장과 군인의 자세만 강조하는 지시들도 사실 별로 놀랍지 않았다”며 “평소 부대에서도 사단장님이 보여주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 속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수색이 보여주기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7월19일 실종자 수색작업 중 물에 빠져 떠내려가다가 구조됐으나 함께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후임 채 상병은 끝내 사망했다. 지난달 9월13일에는 A씨의 어머니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8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대장 2명(중령)의 범죄 혐의만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 사단장과 여단장, 중대장, 현장 간부(중사)에 대해선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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