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도 심의하려는 방심위, 의견진술까지···“나쁜 선례 남았다”

2024.05.23 16:10

신문사 콘텐츠 심의 시도 이어가는 방심위

조선·문화일보 ‘사상 첫 신문사 의견진술’

“언론탄압 선례 남겨···위원들 책임” 비판

조선일보 유튜브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1월11일 방송분. 조선일보 제공

조선일보 유튜브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1월11일 방송분. 조선일보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유튜브 콘텐츠를 심의하겠다며 사상 최초로 신문사를 불러 의견진술을 실시했다. 제재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방심위가 처음으로 신문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심위는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어 조선일보 유튜브 자회사 ‘스튜디오 광화문’과 문화일보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달 회의에서 통신소위는 시정요구를 전제로 이들에게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김우석·이정옥·허연회 위원이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심의에 오른 콘텐츠는 조선일보 유튜브의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1월11일 방송분과 문화일보 유튜브의 <허민의 뉴스쇼> 2월13일 방송분이다.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당시 경찰이 의도적으로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범인이 구속됐다’는 잘못된 사실을 언급했다. <허민의 뉴스쇼>는 총선 전 민주당의 내부 갈등을 다루며 ‘이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적 경쟁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두 콘텐츠가 통신소위의 제재 대상인 ‘사회혼란 야기로 인한 유해정보’에 해당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의견진술에 나선 전현석 스튜디오 광화문 대표는 “긴급체포를 구속이라 말한 것이 실수임을 진행자들도 인정했고, 다음 회차 방송에서 정정했다”면서도 “사회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지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오남석 문화일보 디지털콘텐츠부장은 “많은 관심을 받는 야권 대권주자인 김 전 지사의 복권 불발 등에 대해 해설하고 논평한 것”이라며 “발언에 다소 과한 측면이 있더라도 해설과 논평에 대해 여론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할 상황이지, 법적 행정적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위원들은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해당없음’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제재가 의결되지는 않았지만 방심위가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소위는 앞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를 심의하려다가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 여부 검토를 요청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방송·통신매체를 심의하는 방심위가 신문사와 인터넷언론을 심의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당시 뉴스타파는 “권력의 불법 검열에 굴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의견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통신소위에 신문사가 직접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면서 선례가 남게 됐다. 윤성옥 위원은 “고위공직자와 공인은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하면 되는데, 사회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언론탄압이며 언론사 길들이기로 비쳐 굉장히 우려된다”며 “어떤 정권이든 얼마든지 사회혼란 야기 조항을 악용할 소지가 있고, 그 단초를 오늘 위원들이 제공했다”고 했다.

이날 통신소위에서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를 심의하기로 결정한 지난달 회의록이 누락된 것과 관련해 위원들이 언쟁하기도 했다. 방심위는 “속기사의 녹음기 2대가 모두 불량이어서 속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속기사가 적은 초안, 40%만 완성된 녹취록 등을 회의록으로 첨부하겠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장과 위원들은 찬성했고, 윤 위원은 “정상적인 회의록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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