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사 “강은희 교육감 정책 9개 중 8개 ‘부정’ 평가”…“IB교육 폐지해야”

2024.06.27 14:41 입력 2024.06.27 14:54 수정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들이 강은희 교육감이 추진한 대구교육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한 답변을 시각화한 이미지. 전교조 대구지부 제공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들이 강은희 교육감이 추진한 대구교육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한 답변을 시각화한 이미지. 전교조 대구지부 제공

대구지역 현장 교사들은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교조대구지부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 교육감 2기 중간평가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대구지역 유·초·중·고교 교사 14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결과 강은희 교육감이 2018년 취임 후 펼친 주요 정책 9개 중 8개 분야에서 부정적 반응이 높았다. 특히 강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에 대해 응답자의 약 7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IB교육은 필요하다”는 항목에 ‘전혀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는 각각 792명(56.3%)과 292명(20.8%)이 응답했다.

IB프로그램은 강은희 교육감의 공약이었다. 대구에서는 강 교육감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는 토론과 논술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주관식 시험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교사가 주도권을 잡고 수업 등을 진행하는 한국 특유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주도적으로 토론과 논술 등의 수업을 통해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기르는 것을 중요시하는 교육과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관계자들이 27일 대구 수성구 전교조 대구지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관계자들이 27일 대구 수성구 전교조 대구지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이 교육과정은 국가 차원이 아닌 민간 비영리 교육기관에서 50년간 개발·운영해 왔다. IB프로그램은 1968년 국제학위협회(IB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한 국제공인 교육과정이다. 국가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관심’ 단계와 ‘후보’ 단계를 거쳐 마지막 ‘인증’ 단계로 최종 지정돼야 IB 월드스쿨이라는 자격을 얻게 된다. 각 단계마다 평균 18~24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IB 본부의 인증 기준과 절차가 까다롭다. 현재 대구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5개 학교가 IB 월드스쿨을 운영 중이다.

전국 지자체별로 IB를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부산·충북·경북 3개 시·도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그램은 11개 시·도로 확대·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측은 “국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학교)에서 민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모순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예산 부담이 큰데다 학교 현장과 맞지 않다는게 이번 설문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의 교사 업무경감 노력에 대해서는 응답 교사의 84.6%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성구 한 중학교 교사는 “평가와 생활지도 등으로 (강 교육감 취임 후) 업무 강도가 심해져 학교가 숨막히는 현장이 됐다”면서 “행정과 교육복지 업무 등으로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과 늘봄교실의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8명(79.8%)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특히 초등교사의 부정 비율이 높았다. 교권보호·학교지원센터·인사제도·에듀테크 등의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은 절반은 넘지 못했다.

다만 ‘1수업 2교사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2%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구교육청의 정책 가운데 유일하게 긍정 답변의 비중이 과반을 넘겼다.

전교조는 교육당국이 인력과 예산을 학교에 충분히 지원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할수록 교육활동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설문 참여교사들은 대구교육청이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과밀 학급 해소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55.6%),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보호와 대응’(54.1%), ‘행정업무 경감’(50.4%) 등을 꼽았다.

교사들은 대구교육청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인식(81.3%)했다. 민주적 학교조직 문화 만들기에도 무관심하다는 의견(59.7%)도 적지 않았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응답자들을 분석한 결과 5~15년차 교사의 부정적 답변 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설문에는 전교조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절반 정도씩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지난 6년간 대구교육을 이끌었던 강은희 교육감의 주요 정책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실제 체감도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상당수 교사가 IB 교육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해 학교 현장의 거부나 부작용, 반발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교육청이 IB 교육에만 신경쓰느라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나 교원 업무정상화 같은 시급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며 “강 교육감과 대구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장 교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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